[베니스의 요일 16] 파티하기 좋은 날
베니스의 요일 16
파티하기 좋은 날
2018/10/15 MON
이번주 월요일에는 무지막지 신나는 파티가 있었습니다. 파티를 사랑하는 내향형 인간 박요일씨는 이번에도 근사한 파티를 열고야 마는데요, 지금부터 그 파티 얘기를 해볼까 합니다.
그 얘기를 하기 전에 제 이탈리아인 모먼트를 잠시 감상하는 시간을 가지도록 하겠습니다. 이탈리아에서는 열쇠를 주렁주렁 많이 가지고 다녀야 하는데, 가방에도 지갑에도 넣을 수 없을 경우 이렇게 벨트 고리에 달아둡니다. 절대로 잃어버릴 염려가 없다는 점과 간지가 끝장난다는 점에서 마음에 듭니다.
다시 파티 얘기로 돌아와봅니다. 수석셰프님 K를 모시고 오는 길에, 집 앞에서 잠시 관광객 모먼트를 보냈습니다. 맨날 지나가는 집 앞인데 이날따라 해 지는 색이 아름다워서 요기서 사진 하나씩 찍었습니다.
여기서 K를 만나고, 반대편 길에서 B를 만나서 잠시 집에 들러 가방을 눕혀두고 다시 마트에 가서 장을 봐왔습니다. 마트에 갈 때 현지인을 동반하면 그 재미가 두 배가 되는데요, K는 이탈리아어에 아주 정통하여서 함께 마트에서 즐거운 시간을 보냈습니다.
마트에서 사온 샐러드 한 봉지와 토마토 두 개, 모짜렐라 치즈가 아주 훌륭한 샐러드로 성장해 주었습니다.
샐러드는 금방 만개하였지만, 우리는 아직 메인 요리를 기다려야 합니다. 벚꽃과 능소화 사이에 약 한두달의 시간차가 있다는 사실을 생각해보면 그리 긴 기다림은 아니었습니다.
모쪼록 메인 메뉴의 토픽은 '스위스 가기 전 냉장고 탈탈 털기' 였는데요, 해서 저의 토르틸리니와 파스타소스, 양파 등등을 털어넣는 귀중한 시간이었습니다.
짜자자자자잔.
라구 소스 파스타, 닭허벅지살 구이, 샐러드, 남은 빵, 그리고 엄청 맛있었던 맥주와 함께 저녁식사 잔치상이 완성되었습니다. 상다리가 휘기에는 식탁이 아주 튼튼한 녀석이었습니다.
저 파스타 소스가 캔에 담겨있었던 친구인데, 저는 완제품 소스에는 아무것도 첨가하지 않고 먹는 것이 정석인 줄로만 철썩같이 믿고 살아왔습니다만. 수석셰프님은 평범한 공장제 라구소스에 신선한 양파와 올리브유와 닭기름과 기타등등을 넣어 파스타 소스의 새로운 지평을 여셨습니다. 공장제 소스에서 <깊은 맛>이 났습니다. 어깨 너머로 배웠으니 저도 앞으로는 더 맛있는 파스타를 요리할 수 있을 것 같은 느낌입니다.
그리고 이 맥주가 끝장나게 맛있었습니다. 모레띠 맥주 시칠리아 산, 또 다른 어떤 동네산 맥주였는데 향긋한 과일 풍미가 일품이었습니다. 저는 항상 맥주가 거기서 거기지-라고 생각하며 가장 저렴한 맥주를 고르는 편이었는데요, 이친구는 한 병에 2유로정도 됐던 것 같은데 맛은 1유로짜리 맥주의 10배로 맛있었습니다. 유럽은 확실히 비싼 건 비싼 값을 한다는 기분입니다.
모쪼록 상다리가 휘어지지는 않았지만 마음이 든든했던 잔치상과, 오래간만에 신나서 웃고 떠들었던 시간이 참 좋았습니다. 역시 저는 근사한 파티를 여는데 소질이 있습니다. 여러분도 베네치아에 오시면 제가 웰컴파티를 그럴듯하게 열어드리도록 하겠습니다. 그럼 Arribedercci! (이탈리아어 말만 할 줄 알고 쓸 줄은 모르는 사람 바로 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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