02. 관습적 사고를 깨는 최근의 물건들
2021.12.31
1. 머리끈 '머리끈'이라는 녀석이 보편적으로 상실의 대상인데, 노란 고무줄을 머리끈이라고 부르자 놀라운 일이 벌어졌다. 머리끈이 없어지기는 커녕 늘어나기만 한다! 올리브영에서 산 까만 머리끈 10개가 시나브로 시공간의 틈 속으로 완전히 사라져버려 상심하던 차에, 작은 발상의 전환이 내게 온전한 충만함을 가져다주었다. 이제 머리끈은 상실의 대상에서 증식의 대상으로, 기적적인 탈바꿈을 한 것이다. 머리끈으로서의 단점은 딱 하나 뿐이다. 가끔 운 나쁘면 머리털이 잔뜩 휘말려서 아프다는 것 정도. 2. 감자칼 아니, 이럴수가 있나? 친구에게 선물받은 감자칼을 무에 갖다대는 순간 육성으로 내뱉은 문장이다. 아니, 삶은 달걀의 얇은 껍질층이 절묘하게 벗겨져 나가는 것처럼, 감자칼이 너무 매끄럽게 무의 표면을 훑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