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베니스의 요일 15] 두칼레 궁전 뮤지엄 나이트
베니스의 요일 15
두칼레 궁전 뮤지엄 나이트
2018/10/12 Fri
금요일에는 이탈리아어 수업을 듣습니다. 교수님께서 엄청 친절하시고 그야말로 Veramente gentile(엄청 나이스하다는 뜻)하셔서 참 즐거운 시간입니다. 처음에는 너무나 젠틀하게 저의 퍼스널 스페이스를 침범하셔서 당황키도 하였으나, 이제는 또 그런 거에 많이 익숙해졌네요. 이번달 지나면 이탈리아 여권 받아도 될 정도로 이탈리아인이 되어있을 것입니다.
'이탈리아인인 것 같은 느낌'만 가지고는 이탈리아인이 되긴 어렵겠죠? 그치만 생각해보면 '여자인 것 같은 느낌'이 들면 여자 시켜주는데, 국적이 성별보다 대단합니까? 국적을 바꾸려면 수술을 해야되는 것도 아니고 서류작업만 찍 하면 되잖아요. . 저는 아침마다 쿠키와 에스프레소를 먹고 유기농 바질을 경작하며 일주일에 4끼 이상은 파스타를 먹는데 어떻게 제가 이탈리아인이 아닙니까? 그러니까 이탈리아 국적 내놓으세요. 안 주면 헤이트 스피치입니다
아 그건 그거고 아무튼 그 베라멘떼 젠띨레하신 교수님께서 두칼레 궁전 야간개장이 있다는 사실을 알려주셔서, 친구들과 함께 다녀왔습니다!
한밤 중의 산마르코 광장은 정말 아름답습니다. 사람은 낮보다 적은데, 온 사방에 비눗방울 처럼 불이 켜져서 더 아름답습니다.
라고 감상적인 글줄을 쓰고 있지만 사실 크게 지각을 하는 중이라 오도도 뛰어가고 있었습니다. 30초간 야경을 감상한 뒤 다시 약속장소로 뛰어갔습니다. 두칼레 궁전 입장하는 곳에서 만났는데, 아침에 가면 사람이 끝도없이 많은데, 9시에 가니까 사람이 한 명도 없어서 손쉽게 입장했습니다. 입장료는 13유로입니다!
입구로 쏙 들어가면 이런 멋진 풍경이 눈앞에 펼쳐집니다. 사진으로 보면 되게 작아보이는데, 아래쪽에 사람 보이시나요? 웅장한 크기에 화들짝 놀라는 경험을 할 수 있습니다. 관람 순서는 화살표가 제일 많은 쪽으로 가면 됩니다. 박물관 경로를 되게 잘 짜놔서 편하게 관람할 수 있었습니다.
아차차 이 야간개장 이벤트(?)의 이름은 musei al chiaro di luna 2018 (<-클릭시 링크로 이동)입니다. 금요일과 토요일에 밤 11시까지 운영 합니다. 입장 마감은 밤 10시입니다. 정확히 언제까지 한다는 말은 없고, 여름까지 한다고 얼버무려 나와있네요. 밤에 가면 사람도 많이 없고 정말 너무 멋지고 아름답고 짱입니다. Ciao Bello 소리가 절로 나옵니다.
평범한 계단의 평범한 천장입니다.
평범한 의회의 평범한 천장입니다.
여기는 들것에 실려가면서 관람하는 것이 가장 알맞지 않을까 생각이 들 정도로 천장이 끝내줍니다.
그리고 여기 둘러보다보면 탄식의 다리를 건널 수도 있더라구요! 어딘가 통로를 지나는데 어? 여기 뭐지? 야 친구들아 우리 지금 탄식의 다리 위에 있어! 라고 했던 기억이 납니다. 주로 인스타그램 스토리로 사진을 찍어서 블로그에 올릴 사진이 없네요. 쩝.
자연스럽게 이동하다보면 입장할 때 봤던 그 멋진 건물을 옆면에서도 볼 수 있습니다. Ciao Bello :)
이건 박물관에서 찍은 건 아니구요, 박물관에서 나와 다른 곳으로 이동 중이라는 말을 하기 위한 가교 역할을 해 줄 사진입니다. 이를테면 사진판 '차설'이랄까요?
함께 박물관 갔던 친구 D와, D의 친구 J를 만나서 소위 '베네치아 합정'이라고 불리는 곳에 왔습니다. 한국인 유학생들 사이에서 베네치아 홍대라고 불린다고는 하는데요, 저는 홍대 싫어하니까 제멋대로 합정이라고 바꿨습니다. 그러니까 여러분들도 합정이라고 부르세요. 어차피 언어는 약속하기 나름이니까 우리 합정이라고 약속합시다.
저의 블로그 애독자 분들은 아시겠지만, 여기 온 뒤로 여느 연금생활자보다 심심하게 사는 사람이 바로 저 아니었습니까? 오랜만에 친구의 친구와 친구의 친구의 친구의 친구들을 만나니까 되게 신났습니다. 한국어로 생활할 때는 sensative introvert였는데, 영어로 생활하니까 less sensative introvert가 되었습니다. 제가 한국어 사용자 중 상위 1퍼센트를 자랑하는 인간군이다보니 쓸데없이 미묘한 뉘앙스까지 캐치가 되서 대화가 피곤했었나봅니다.
모쪼록 오래간만에 <딱히 다음에 볼 것 같지 않지만 다음에 또 보고싶은 사람들>도 만나고 맥주도 마시고 해서 재미난 밤이었습니다. 생각해보니 이날이 금요일 밤이어서 오래간만에 대학생 감성을 느껴보기도 했습니다. 다음에 또 놀아주라 친구들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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