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베니스의 요일 08] 살짝 무라노 다녀왔습니다.
살짝 무라노 다녀왔습니다.
출발하기 전 빨래를 널어야 했는데, 바깥빨래에 익숙하지 않은 저는 이렇게 살아가고 있습니다. 다행히 이제 충분한 빨래집게를 가지게 되어서 더는 이런 일이 발생하지 않을 것이긴 하지만서도... 하여간 이동네는 미세먼지라는 개념 자체가 없으니까 집집마다 이렇게 빨래를 바깥에다 전시합니다. 저도 이런 전시회에는 빠지지 않고 출품하는 런드리 아티스트답게 매주 성실히 출품작을 올리고 있습니다.
본섬에서 바포레토타고 가는 길에 만난 베리굿 레스토랑입니다. <아주 좋은>이라는 이름의 레스토랑을 하나 차려주십시오, 서울에 있는 요식업 종사자들이여. 세계의 균형을 이어나갑시다.
모쪼록 언젠가는 저 곳에서 꼭 피자를 먹어볼 것입니다. 제멋대로 서울에 있는 모든 요식업 종사자들을 걸고 약속하겠습니다.
아 그리고 별 건 아니고요.. 가지고 온 DSLR이 너무 심심해 하길래 조금 놀아줬습니다. 프리미어도 좀 따분해하는 것 같더라구요. 사실 베네치아 오면 브이로그 라든가 하여간 꾸준히 유튜브 영상을 올리는 사람이 되어볼까 했는데, 그러면 블로그에 소홀해 질 것 같아('어쩌다보니 귀찮아져서' 라고 해석하시면 됩니다) 안하고 있었는데. 아 거참 카메라 녀석이 어찌나 징징대는지...
사진을 클릭하시면 유튜브로 이동하니까 궁금하신 분들은 보셔도 되고 아니면 뭐 ...(바짓가랑이를 붙잡으며)
무튼 본론으로 다시 돌아와서 무라노 다녀왔습니다. 무라노에 내리자 마자 보이는 첫 골목에서부터 이렇게 엄청난 작품들이 있답니다. 제가 너무 잘 보여서 유리에 집중할 수 없다구요? 하하. 여러분도 참...
무라노에는 이렇게 가게 곳곳마다 유리작품들이 사소하게 놓여있습니다. 귀여운 과일 친구들이 저희를 반겨주는 젤라또 집에 왔네요. 그냥 랜덤하게 들어온 집이기 때문에 이름은 저도 모릅니다. 이렇게 불성실한 블로거라니! 라고 생각하셨을지도 모르겠지만 그래도 여러분 제 글 좋아하시잖아요. (바짓가랑이를 붙잡으며)
Look! I have an arm!!
금요일에 베네치아 영상 소스를 건지러 세시간정도 빨빨 돌아다녔으나, 그럼에도 영상이 좀 모자랐습니다. 그러한 맥락에서 또 카메라를 들고 나왔습니다. 많이는 찍지 못했지만 그래도 한 두개 건진 영상이 있어서 즐거웠습니다. M양이 너 뒷덜미가 많이 탔다고 했는데 정말 그렇네요.
무슨무슨 성당에도 가고,
이런 엄청난 예술작품도 구경했습니다.
사실 영상으로 찍은 걸 캡쳐한 거지만, 영상은 사진들의 뭉터기라는 점에서 활동사진을 비활동 사진으로 전환시킨 것이라 해석할 수 있겠지요.
무튼 유리로 된 에스프레소 컵을 하나 사고싶어서 여러 군데 찾아다녔는데, 마음에 드는 컵은 손잡이가 없고, 손잡이가 있는 컵은 마음에 안들고를 반복했습니다. 빌리어네어가 된 후에 다시 돌아오겠노라 다짐했습니다. 제가 대충 끼작거린 스케치를 들고가서 이 컵을 만들어달라고 요구한 뒤, 컵을 받아보고 <이게 아니잖소>를 외치며 바닥에 두어번 쯤 깬 뒤 세번째 컵을 받았을 때 유리 장인과 뜨거운 포옹을 나누며 일억원을 건네고 싶습니다.
4시쯤 되자 M양이 스프리츠와 치케띠를 먹기 최상의 시간이 아니냐며 치케떼리아로 가자고 했습니다. 무라노에서 딱히 한 건 없지만 저도 스프리츠가 먹고싶다는 생각이 자연스레 들어 (이런게 피어프레셔라는 것일까요?) 함께 치케떼리아를 찾아나섰습니다. 이렇게 저도 한걸음 이탈리아인의 정체성에 가까워진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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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라노 여행 감상은 다음과 같습니다. 첫번째로, 베네치아 섬보다 더 작고 아기자기한 느낌입니다. 건물들도 대체로 본섬보다 좀 더 낮은 편입니다. 여행객들도 좀 더 적었구요. 전체적으로 동화책에 나오는 이상적인 시골같은 느낌이었습니다. 둘째, 유리 작품들이 정말 멋져서 손에 땀을 쥐게 됩니다. 저는 힙색과 카메라를 매고 있었고 M양은 에코백을 들고있었는데, M양이 '이 가방으로 유리 깰까봐 너무 무섭다'고 하였습니다. 저도 카메라로 유리 깰까봐 소중히 안고다녔습니다.
동네 산책을 마치고 집으로 돌아와서, 저녁밥으로 까르보나라를 만들기로 했습니다. 베이컨을 볶고, 그 위에 삶은 면을 올리고, 계란 노른자를 4개 넣고, 빳빳한 크림을 넣고 볶으면 됩니다. 참 쉽죠?
맛좋은 노란색 까르보나라가 완성되었습니다. 맛좋은 레몬 맥주도 곁들일 것입니다. M양은 펩시콜라를 동료로 맞이했습니다.
어쩐지 파스타 양이 적은 기분이 들지 않냐는 의견에 만장일치로 동의표가 찍혔고, 그런 맥락에서 감자튀김과 닭가슴살 튀김도 해먹었습니다. 맛있었습니다.
다음에는 부라노에도 가볼 것입니다. 이름이 아주 헷갈리는데, 무라노는 유리공예하는 동네이고 부라노는 형형색색 건물 동네입니다. 부라노는 좀 더 멀어서 나중에 진짜 마음 먹고 가야합니다. 바포레토만 약 한시간을 타야한다고 하네요. 그래도 같은 행정구역을 공유하고 있어서 그런지 마음의 거리는 아주 가까운 편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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