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베니스의 요일 07] 유럽 교환학생 목요일 일기
베니스의 요일
유럽 교환학생 목요일 일기
20/09/18
안녕하세요? 잘 지내고 있는 것이 분명한 사진을 가장 먼저 올림으로써, '저 잘 지내고 있습니다'라는 인사를 생략해도 되는 효과를 노린 박요일입니다.
여기는 햇볕이 너무 강해서 사진을 찍으면 이렇듯 오만상을 지은 표정이 나옵니다. 입꼬리만 웃고있네요. 선글라스를 사긴 해야되는데, 슬프게도 저의 안구는 콘택트렌즈를 못끼는 눈알입니다. 안경을 벗고 선글라스를 쓴다면 그야말로 시야를 포기하는 것이기에… 제가 쓰는 안경에 클립형으로 끼울 수 있는 선글라스가 있으면 언제든 사려고 다짐을 하고 있는데 그런 건 찾을 수가 없네요.
아무튼 영삼성 글로벌리포터 기사에 넣을 사진을 찍은 건데, 베네치아 약수터 컨셉이 마음에 들어서 만날 때마다 찍고 있습니다. 이름하야 [베네치아 약수터], 새로운 시리즈의 시작인 것입니다.
잠깐 친구들과 함께 스프리츠를 마시다가, 친구들은 각자의 행선지로 떠나고 저는 도서관에 가는 길입니다. 저 노란 띠 둘러진 이상한 녀석이 수상버스 역입니다. 저 친구가 보트처럼 운하를 가르고 있기에 신기해서 찰칵 찍어보았습니다. 움직이는 정류장의 응원을 받은 저는 리포터즈 활동 기사 수정을 무던히 마칠 수 있었습니다.
사진에서 느껴지듯이 해가 가장 쨍쨍할 때 이곳에 서있으면 도무지 앞을 볼 수 없습니다. 눈을 있는대로 찌푸리고 살짝 아래를 쳐다보며 걸어야 합니다. 어서 저한테 클립온 선글라스 좀 파세요.
난 그라찌에 할 것이다. 난 고맙다고 말할 것이다. 나는 그라찌에 밀레를 넘어 그라찌에 빌리오네를 만든 사람이다.
- 아무튼 도서관 화장실에 붙어있던 녀석입니다.
도서관에서 해질 무렵이 되기 한시간 전 쯤 나왔습니다. 그래야 빨빨 돌아다니다가 분홍색으로 물든 베네치아를 만날 수 있기 때문입니다. 이 사진은 베네치아 섬의 도르소두로 부분의 가장 끝에 서서 찍은 사진입니다. 아래 지도에서 빨간 점으로 찍은 부분입니다. 아래 지도에서 초록색으로 뭉개놓은 지점 어딘가에 도서관이 있습니다. 뽈뽈 돌아다니면 이렇게 멋진 풍경을 수도없이 많이 볼 수 있는 좋은 동네 베네치아입니다.
살루떼 성당도 우연히 구경하고 운하 건너 보이는 산마르코 광장도 구경했습니다. 여기 근처에 첼로 연주하는 사나이가 있었는데, 팁은 주지 않고 인스타 스토리 사진만 찍은 사람이 바로 저입니다.
그리고 친구가 맥도날드 빅맥 0.5센트에 먹을 수 있는 쿠폰이 있다며 맥도날드에 가자고 해서 버스타러 왔습니다. 바보같게도 버스를 잘못타서 이상한 곳을 한바퀴 돌고 다시 똑같은 곳으로 돌아왔습니다. 천하의 골목(길 외우기)대장 박요일도 이런 일을 겪는 걸 보니 아직 완전히 이 동네에 익숙해진 건 아닌가 봅니다.
베네치아 섬에도 맥도날드가 하나, 메스트레 중앙역 근처에도 하나 있는데 저희는 메스트레 중앙역 맥도날드 왔습니다. 사람이 엄청나게 많아서, 산마르코 광장에서도 괜찮았던 제가 여기에서 진을 뺐습니다.
또한 이탈리아 틴에이저들을 원없이 구경하는 시간을 가졌습니다. 신기하게도 어느 동네에 가나 틴에이저는 틴에이저 티가 나더라구요.
어렵사리 공수한 빅맥과 콜라와 너겟... 이탈리아에서 맥도날드라니 참 감회가 새롭습니다.
이탈리아에서 빅맥이라니 만감이 교차하면서도 빅맥은 정말 어딜가나 맛이 똑같더라구요. 치킨너겟을 살사 바베큐 소스에 찍어먹는 것도 맛있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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베네치아에 온지도 보름 쯤 되었습니다. 이렇게 평화로운 시간이 내 인생에 있었던가 싶을 정도로 잔잔한 일상을 보내고 있습니다. 제가 이곳에서 얻어가고 싶은 것들 중 서정적인 부분은 아주 많은 추억과 아주 많은 나의 문장들. 실용적인 부분은 영어 회화와 블로그 포스팅과 유튜브 영상 몇 개 정도가 되겠네요.
나는 여기가 좋습니다. 물론 여기서의 생활이 전적으로 제가 번 수익으로 이루어져야 한다면 또 말이 달라지겠습니다만. 인생은 짧고 오늘은 길기 때문에 저는 오늘을 즐길 생각입니다.
다만 지나치게 평화로워 야망 같은 거는 홀라당 까먹게 될 때가 많습니다. 나는 지구를 정복할 재목인데 여기에 있으니 지구 정복이고 나발이고 베네치아 예쁘고 좋고 그렇네요. 다음에는 미국도 꼭 가보고 싶습니다. 대한민국에서 여자로 태어났으면 미국에서 사업한번은 벌여봐야하는 것 아니겠습니까. 미국에서 사업으로 한탕 하고 베네치아에 집 사야겠습니다. 그때는 젤라또 세가지 맛 하루에 세 번씩 먹을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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