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베니스의 요일 04] 이탈리아 교환학생 평일 일상 (+ 베니스 아이폰 배경화면)
흔한 이탈리아 교환학생 평일 일상 (+베니스 아이폰 배경화면)
11/09/18 의 일상입니다.
유럽인들은 날짜를 맨 앞에 적는 거 아직까지도 적응 안되지만, 날짜 표기 빼고는 만족스럽게 적응해서 잘 살아가는 중입니다.
제가 사는 플랫에서 도보로 10분 거리에 엄청 큰 공원이 있습니다. 당황스러웠던 점이라면, 이렇게 넓고 아름답고 관리가 잘 된 공원이 전혀 투어리스틱 하지도 않은 곳에, 오로지 공익을 위해서 존재한다는 그 사실이이었습니다. 라고 해놓고 공원 사진은 하나도 안 찍어왔네요. 대신 새하얗고 귀여운 오리를 찍어왔습니다. 오리가 발을 뒤로 밀면서 헤엄치는 거 되게 귀엽더군요. 먹이를 구하는 것도 아니고 운동을 하는 것도 아닐테니 오로지 재미를 위해서 헤엄치는 중일텐데 그게 또 귀엽게 느껴집니다. 거북이랑 토끼랑 닭도 보았습니다.
공원에 간 이유는 E양과 아침 8시에 러닝을 하기 위해서였습니다. 구석에 쳐박아놓았던 런데이 앱을 주섬주섬 꺼내서 20분정도 걷고 뛰고 하다 왔습니다. 꾸준히 연습해서 10월달에 열리는 베네치아 마라톤에 나가자고 구두 약속을 하기도 했습니다.
이거는 저와 제 룸메 E양의 두뇌에서 파생된 비둘기 meme이라 설명드리기 어렵습니다만, 아무튼 E양이 귀여운 피죤씨를 그려주었습니다. 여러분도 베네치아에 오시면 가장 눈에 띄는 비둘기를 '피죤씨~'하고 부르면서 노시면 됩니다. 거봐요 설명하니까 재미없어졌잖아요.
이건 공원 한바퀴 뛰고 와서 수업 가기 전에 점심 도시락 싸는 모습입니다. 저렇게 완전히 정제되어있는 샐러드 한 봉지에 (심지어 씻어져 나온 거라 옮겨담기만 하면 됨) 한국 돈으로 약 천원 정도입니다. 이쯤되면 서울 물가가 제정신이 아닌 건지 베네치아가 이상하게 싼 건지 헷갈릴 지경입니다. 아무튼 적당히 먹을 만큼 옮겨담고, 올리브도 좀 올리고, 올리브 오일이랑 발사믹 식초를 뿌렸습니다. 치즈도 넣었습니다!
도시락을 챙기고 학교에 가기 위해 버스를 타러 나섰습니다.
베네치아 본섬에서는 딱 한마리밖에 못봤는데, 메스트레에는 아주 작은 도마뱀이 엄청 많습니다. 오늘 아침에 버스 기다리면서 거의 10마리도 넘게 봤습니다. 버스를 한참 기다리다가 오는건지 마는 건지 대체 감이 안잡혀서 트램 타러 간 것은 꼭 비밀인 것만은 아닙니다.
이렇게 우측에는 어제 사온 소고기 패티도 구워서 담아왔지요. 베네치아에서는 그냥 아무데나 앉아서 밥먹는게 일반적인 풍습인 것 같아, 마음에 드는 벤치에 앉아서 점심 도시락을 먹었습니다. 옆자리에는 젊은 총각 둘이 피자를 먹고있기에 영어 사용자인 줄 알고 영어 리스닝 연습이나 할까 했는데, 이탈리아어로 수다를 떨어대서 아무 것도 엿듣지 못했습니다. 아직까진 제 귀에 '알로라~'말고는 전부 외계어로 들립니다.
항상 궁금했던 길바닥 분필낙서의 정체를 알아낸 순간입니다. 문방구 같은 곳 앞에, 누가 저렇게 작은 연필꽂이에다 분필을 잔뜩 넣어서 내놓았더라구요. 저걸 만나면 아이들이 신나게 그림을 그리는 모양입니다. 이렇게 전혀 예상치 못한 곳에서 웃음꽃이 피어나는 동네입니다.
유리창에 비친 제 모습이 시선을 너무나도 잡아끈다고 생각하는 것은 제가 자의식 과잉이기 때문이겠지요? 요지는 애완동물 용품 가게 안에 있는 고양이 입니다. 말 안해도 이미 알고 계셨다구요? Alora... 아무튼 여기서 강아지는 정말 원없이 봤는데 고양이는 도통 볼 수가 없습니다. 길고양이가 없는 거 같습니다. 그래서인지 더 반가웠던 유리창 안의 고양이. 흰 고양이든 검은 고양이든 그저 귀여운 고양이면 된다고 빠야오일이 말한 바 있지요.
오늘은 Ca' Bembo라는 강의실에서 무려 American Literature 수업을 들었습니다. 추후에 전공 과목으로 인정받을 수 있을지 없을지는 모르겠습니다만, 그와 별개로 이 수업을 계속 들으려고 합니다. 저는 제가 국문학을 좋아하는 것인 줄 알았는데, 이 수업을 들어보니 문학 일반을 좋아하는 것임이 판명났기 때문입니다. 오늘은 뭐시기 엘리엇 시를 읽었는데 시 자체는 그냥 그랬지만, 수수께끼 풀듯 골몰하는 시간이 참 좋았습니다.
또 강의실이 정말정말 예뻐서 문학에 대한 흥미와 별개로 계속 이 강의실에 오고 싶습니다. 그 건물을 통틀어 아시아인이 저 한명이었는데, 괜히 카메라로 찰칵 거리면서 돌아다니기가 머쓱해서 그 동네 사람인척 하느라 사진을 많이 못 찍었네요. 카 벰부의 오래된 공중전화기만 하나 찰칵 해왔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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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기서부터는 오늘 찍은 베네치아 사진을 아이폰 6크기로 자른 아이폰 6 배경화면 친구들입니다. 보정을 하긴 했는데, 제가 실물로 본 것 그대로 재현하기 위한 보정이었습니다.
오늘 친구와 함께 바포레토(수상버스)를 타고 메스트레로 돌아오면서 이 풍경을 함께 봤습니다. 이 풍경에도 질릴 수 있을까? 우리 둘 다 단호하게 아니라고 대답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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