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베니스의 요일 06] 유럽 교환학생 삼시세끼
유럽 교환학생 삼시세끼
18/09/18 TUE
저의 이전 블로그 '오늘은 박요일'에서 가장 인기 있었던 글을 꼽으라면, 대다수의 애독자분들이 전설의 <모범백수>시리즈를 꼽으시겠지만, 밀프렙 시리즈가 가장 인기가 많았습니다. 훈민정음을 농간하며 장르를 넘나드는 저의 천재적인 문장과 맛있는 음식 사진, 그리고 저의 성실함이 고스란히 녹아들어가있는 밀프렙 시리즈가 가장 인기 있었던 것은 어쩌면 당연한 일입니다.
제 자랑은 여기까지 하고, 유럽 교환학생은 삼시세끼 뭐 먹고 다니는지 자랑을 시작하겠습니다.
Bongiorno!
아침입니다. 이탈리아의 아침은 본조르노 소리가 절로 나오곤 합니다. 서울에서는 커피를 끊었지만, 이탈리아에 오고 커피향을 맡으니 커피를 끊은 게 좋은 선택이 아닌 거 같아 새로운 기준을 정하고 커피를 다시 마시기 시작했습니다. 오후 세시 이후에는 마시지 않는다! 기준을 정했으니 이제는 마셔도 된다고 하겠습니다.
제가 사는 플랫에 구비되어있는 모카를 이용하여 아침을 준비할 것입니다.
그리고 점심 도시락으로 준비한 문제의 고구마입니다. 구글 번역기를 돌렸을 때 Sweet Potato라고 나와서 아무런 의심하지 않고 구매했는데, 맛이 이상하길래 플랫메이트 M양에게 물어보니 그냥 빨간 감자라고 하더군요. 댐잇! 구글 번역기씨! 똑바로 하세요!
모카를 이용해서 커피를 끓일 것입니다. 집근처 마트에서 3.5유로 주고 산 커피가루 뚜껑을 열고, 모카의 위아래를 분리해줍니다.
모카의 하단부는 이렇게 두 파트로 구성이 되어있읍니다. 둘 중에 더 커피가루를 넣음직 한 곳에 커피가루를 꾹꾹 눌러넣어주세요. 그리고 더 물을 넣음직 한 곳에 물을 넣어주시면 됩니다.
그리고 윗부분을 얹어주고 끓여주세요. 푸식 하면서 커피가 튀어올라올 때가 되면 '아 맞다 커피!'하면서 불을 끄시면 됩니다. 이거 커피끓이는 모카 이탈리아에서 2유로면 산다고 하더라구요. 한국 돌아갈 때 두어개 챙겨가야겠습니다.
그리하여 완성된 오늘의 아침. 마트에서 사온 초코가 들어있는 크루아상과 청포도, 에스프레소를 먹습니다. 냠냠. Gnam Gnam. M양이 알려준건데, 진짜 이탈리아식 에스프레소 마시는 방법은 원샷이라고 하네요. 저는 그냥 평생 이탈리아인은 안하렵니다. 홀짝홀짝 마시게 해주세요.
아침을 여유롭게 즐기다보니 여유롭게 학교갈 준비 할 시간이 없어져서 성급히 준비하고 집을 나섰습니다. 그러느라 필통을 못챙겼군요.
이탈리아 수업과 미국문학 수업을 마치고 친구들과 젤라또를 먹으러 가는 길입니다. 강을 건너야되는데 이때 제 선택지가 두 가지 있었습니다. 1) 리알토 다리 건너기 2)수상버스 타기. 저는 언제든지 다시 올 수 있기 때문에 수상버스를 탔습니다^^. 이거 너무 베네치아 교환학생의 특권 아닙니까?
친구들이 저보다 늦어서 젤라또 집 앞에서 얌전히 기다렸습니다. 조금만 눈을 돌리면 멋진 풍경이 금방 눈에 들어오는 동네입니다.
그리고 조금 비싸긴 하지만 젤라또를 장미 모양으로 퍼주는 젤라또 집입니다. 코딱지만한 마카롱을 더 얹으려면 1.8유로나 내야하긴 했지만, 원래 맛있는 음식이 다 그런거죠 뭐. 사진이 조금 흔들리긴 했는데, 저 젤라또를 한 입 먹기 전에 사진을 먼저 찍는 것이 얼마나 힘든 일이었는가를 생각해보시면 이정도 찍은 것도 대단하다는 걸 알게되실 겁니다.
젤라또를 먹고 집으로 돌아가는 길... 이때가 네시쯤 된 시간이었는데 생각해보니 아직 점심을 안먹었더군요. 배가 고파서 샐러드와 (고구마인 줄 알고 샀는데 알고보니 감자였던 그) 감자가 들어있는 도시락을 이 광장 벤치에 앉아 먹었습니다. 샐러드는 맛있었고 풍경도 너무 멋졌는데, 문제는 빨간 감자 이녀석 맛이 진짜 짜증나더라구요. 싹 난 감자 잘못 먹어보신 분이라면 그 끝맛의 톡 쏘는 느낌과 살짝 신듯한 맛 아실텐데요. 그 맛이 나더라구요! 샐러드만 다 먹고 감자는 그냥 한입만 먹고 남겨가지고 돌아왔습니다.
집 들어오기 전에 잠깐 마트에 들려서 페퍼론치노랑 마늘, 발사믹이랑 간장, 페스토 소스를 좀 사왔습니다. 저녁 찬거리를 간할 게 아무 것도 없었기 때문입니다.
가스레인지 세 개를 동시에 운영하는 저는 전문 자취인입니다. 아무튼 망할 빨간감자 녀석을 튀기고 (M양이 튀겨먹으면 좀 나을 거라고 제안해주었고 그것은 천재적인 레시피였음이 확인되었습니다), 내일 점심을 위해 닭가슴살을 미리 삶아두고, 페스토 파스타를 해먹기 위해 뻰네 파스타를 삶아줍니다.
그렇게 완성된 저녁 모습입니다! M양과 함께 레몬 맥주도 마시고 있다는 사실.
이상 내가 이렇게 잘먹고 잘산다 - 블로그 버전이었습니다.
copyright 2018. 박요일 all rights reserved
'2018, 2019 유럽 > 베니스의 요일' 카테고리의 다른 글
[베니스의 요일 08] 살짝 무라노 다녀왔습니다. (0) | 2018.09.23 |
---|---|
[베니스의 요일 07] 유럽 교환학생 목요일 일기 (0) | 2018.09.21 |
[베니스의 요일 05] 이탈리아 교환학생 주말 일상 (0) | 2018.09.18 |
[베니스의 요일 04] 이탈리아 교환학생 평일 일상 (+ 베니스 아이폰 배경화면) (0) | 2018.09.12 |
[베니스의 요일 D+3] 카포스카리 대학교 웰컴데이 (0) | 2018.09.08 |
댓글
이 글 공유하기
다른 글
-
[베니스의 요일 08] 살짝 무라노 다녀왔습니다.
[베니스의 요일 08] 살짝 무라노 다녀왔습니다.
2018.09.23 -
[베니스의 요일 07] 유럽 교환학생 목요일 일기
[베니스의 요일 07] 유럽 교환학생 목요일 일기
2018.09.21 -
[베니스의 요일 05] 이탈리아 교환학생 주말 일상
[베니스의 요일 05] 이탈리아 교환학생 주말 일상
2018.09.18 -
[베니스의 요일 04] 이탈리아 교환학생 평일 일상 (+ 베니스 아이폰 배경화면)
[베니스의 요일 04] 이탈리아 교환학생 평일 일상 (+ 베니스 아이폰 배경화면)
2018.09.1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