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탈리아 밀프렙 01] 이탈리아 장바구니 물가 특집
이탈리아 밀프렙 01
이탈리아 장바구니 물가 특집
제 이전 블로그 애독자 출신이라면 아시겠지만, 저는 꽤나 성실한 밀프렙러입니다.(*하단 링크 참조) 연희동 자취생활을 청산하고 모부님 집으로 돌아간 후에는 어쩌다보니 밀프렙을 잠정 중단하였지만, 베네치아에서 다시 자취생활을 시작한 이상 밀프렙을 재개하지 않을 수 없습니다.
우리가 아주 많은 햇반 종류를 가지고 있듯, 이탈리아는 아주아주아주 많은 파스타 종류를 가지고 있습니다. 사진에 다 안 나왔는데 저런 칸이 두배로 있다고 보시면 됩니다. '이탈리아인은 매일 파스타를 먹는가?'라는 질문에 선뜻 그렇다고 대답하기는 어렵지만, '그건 모르겠고 파스타가 엄청 많다'라고 대답할 수는 있겠습니다.
그리고 과일이 아주아주아주 저렴합니다. 서울 사러가마트에서 딸기 한 팩에 13,000원 폭격을 맞은 바 있는 저로서는 납작복숭아 3개에 1.5유로(약 2000원)선의 가격대를 좀처럼 이해할 수 없더군요. 과일이 이렇게까지 저렴할 수 있는 거였습니까?
그치만 이탈리아어를 못하는 박요일은 무슨 과일이 무슨 과일인 지 파악하는 데 실패, 그냥 바나나 한 송이 사오고 말았다는 슬픈 전설이 들려오기도 합니다.
바나나 한송이, 토마토 페이스트, 펜네 파스타, 샐러드 2봉지, 샌드위치 빵, 소고기 패티, 요거트 음료, 올리브, 빵에 넣어먹는 치즈, 맥주 한 캔을 구입했습니다. 바나나와 샐러드는 점심 밀프렙 용으로 사온 것이고, 샌드위치 재료로 보이는 친구들은 모두 저녁밥 해먹으려고 사왔습니다.
그리고 너무나 놀라운 사실은 이 모든게 현재 환율 기준 17,134원이라는 사실이지요. 저는 서울 안돌아갈랍니다. 사러가마트에서 뻰네 파스타 2000원이었는데, 여기서는 850원이잖아요. 오늘 제가 사온 것 중에 2유로 초과하는 친구가 없습니다. 의도한 건 아니고 엇비슷한 것 중에 제일 싼 걸 고르긴 했습니다만... 이건 너무 싼 거 아닙니까? 서울씨 반성하세요.
즐거운 냉장고정리 시간을 가진 후에 저녁밥을 준비합니다. (그렇습니다. 사실 밀프렙이라고 뻔뻔하게 제목을 달아두긴 했지만 저녁밥 해먹은 거 자랑하는 포스팅입니다. 다음에는 진짜 밀프렙 하는 사진 가져올게요 스튁스 강에 걸고 약속해요.) 그저께 E양과 함께 만들었던 정체불명의 음식을 데워봅니다. 토마토 페이스트에 렌틸(콩)을 잔뜩 넣고 양파를 넣고 볶은 그런 음식인데요, 말하자면 콩으로 만든 리조또랄지. 이 친구를 데워서 빵과 빵 사이에 넣을겁니다! 기대되시죠?
스페셜 프라이스에 구매한 소고기 패티도 한 장 구워봅니다. 초점이 대체 어디가 맞은 건지는 모르겠습니다만, 여지까지 그래왔듯 어물쩡 넘어가봅니다.
패티를 익히는 동안 시간을 절약하기 위해 샌드위치 빵을 잘라보았습니다. 저 긴 봉지에 빵이 들어있는데, 가로로만 잘려있고 세로로는 잘려있지 않습니다. 원하는 길이만큼 잘라서 먹으면 되는 서브웨이-홈버전인 것 같습니다.
그나저나 왜 5겹의 빵을 제공하는 것입니까? 4겹 혹은 6겹으로 제공해야 쌍이 꼭 잘 맞는 샌드위치를 만들 수 있을 거 아닙니까? 하지만 아쉬운 사람이 기는 거라고, 저는 빵이 3개 들어있는 샌드위치를 만들 계산을 하였습니다.
5겹짜리 샌드위치에 담긴 철학적 의미를 고찰하는 동안, 소고기 패티가 무던하게도 잘 익어주었습니다.
쉑쉑버거에서 어깨너머로 배운 바가 있기 때문에, 저는 따끈하게 구워진 패티 위에 치즈를 올렸습니다. 흐물하니 잘 녹아주어서 흐뭇한 마음이 되었습니다.
우측에 있는 친구는 아까 볶았던 렌틸리조또(?)에, 샐러드 봉지에서 추출한 초록잎을 얹고, 올리브를 얹어주었습니다. 저는 서브웨이에 가면 항상 '올리브 많이 주세요'를 외치곤 하는데, 보통 제가 원하는 만큼 많이 올려주시지는 않습니다. 오늘은 서브웨이에 맺힌 한을 푸는 시간을 가질 수 있었습니다.
5겹 빵에 담긴 철학적 고민은 해결하지 못했지만, 빵을 하나 더 끼워넣음으로써 그런대로 소고기 샌드위치와 칼로리를 맞출 수 있었습니다. 렌틸리조또에 저번에 E양과 같이 샀던 모짜렐라 치즈를 썰어서 4열 종대로 얹어보았습니다. 마늘이 아닙니다.
저녁밥 완성! 어쩌다보니 샐러드 - for 고기 먹는 사람/ for 비건이 된 것 같습니다.
저녁 맥주 완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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맛이 궁금하시지요. 사실은 소고기 샌드위치를 다 먹자 배가 너무 불러서 비건용 샌드위치는 시식하지 못하였습니다. 제 새로 산 밀프렙 도시락에 잘 넣어두었으니 맛을 보고 반드시 알려드리겠습니다. 소고기 샌드위치는 뭐 당연히 맛있었습니다. 그리고 결심한 건데, 저는 서울 안돌아가고 여기 살겠습니다. 그럼 강녕하세요 (--)(__)
*http://park-yoil.tistory.com/category/오늘은%20박요일/밀프렙하는%20요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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