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름 너무 미움, 취미미술, 출국 D-24
여름 너무 미움, 취미미술, 출국 D-24
여름은 대체 언제 끝날까요
저는 여름이 너무너무너무 싫습니다. 제가 IOI였다면 여름 너무너무너무 여름 너무너무너무 여-름 너무너무너무너무너무ㅜ 라는 노래를 불렀을 텐데 아쉽게도 저는 IOI가 아니었습니다. 무튼 체질때문인지 저는 여름만 되면 뇌가 곤죽처럼 돼서 거의 한마리 짐승이 되는 불운을 타고났습니다. 기분이 안 좋을땐 밖에 나가서 한번 걷고 뛰면서 기분전환을 하는데, 뛰는 건 고사하고 현관문 밖에만 나가도 숨이 턱 막힙니다. 미친듯이 땀이 나는 건 또 말할 것도 없습니다. 숨만 쉬어도 짜증이 치미는 바람에 계절성 폭도가 되곤 합니다.
어이없게도 비도 한 두번 내렸습니다. 이와중에 어이없게도 미세먼지가 극심한 날도 있었구요. 아니 안그래도 숨만 쉬어도 짜증나는데 미세먼지 까지 심한 건 너무하지 않습니까? 대체 한반도의 지리적 장점은 무어란 말입니까? 이 글을 쓰고 있는 오늘은 또 하늘이 새파랗습니다. 르네상스 구름도 많이 보이구요.
여름이라고 아무 것도 안 하고 누워만 있을 수도 없기에 (이게 제일 짜증나는 점입니다. 더워서 아무것도 하기 싫음 -> 힘이 남아 돌아서 뭔가를 해야됨 -> 뭔가를 하면 땀이 나고 기력이 쇠해짐 -> 기력이 쇠해서 누워있음 -> 힘이 남아 돌음 -> 무한반복) 뭐라도 하고 돌아다녀야 합니다. 더우니까 입맛도 저승가버려서 밥도 한 세 숟갈 먹으면 더부룩해서 짜증납니다. 이래놓고 4개월 후에는 또 롱패딩 꺼내 입어야 한다니. 물론 저는 4개월 후에는 베네치아에 있을 거긴 하지만 이 정신나간 익스트림 페닌실라는 정체가 뭐랍니까? 한반도의 정령이 한국인들을 몰아내려고 수작을 부리는데 우리 한국인들이 눈치없이 계속 살아가고 있는 것은 아닐까요? 저는 더 늦기전에 어서 남극으로 가렵니다.
그리고 난데없이 취미 미술을 시작한 지 벌써 한달이 되었습니다. 연희동 독서실 알바를 할 시절 독서실 근처에 미술 학원이 있는 것을 발견, 등록을 하고 한주에 한 번 나간 지도 벌써 4회차 입니다.
수성 색연필로 그린 그림입니다. 초등학교때 이후로 정식으로 그림을 배우고 그린 적이 없으니 근 10년 만에 그림을 그려보네요. 저처럼 아직 창작할만한 스킬과 창조력, 집중력을 가지지 못한 미술 입문자들은 그림을 보고 따라 그리는 수순을 밟습니다. 핀터레스트가 이곳에서 매우 유용하게 사용되지요. 저는 제가 좋아하는 영국 시골같은 풍경을 자주 그렸습니다.
오일 파스텔로 베네치아로 추정되는 곳의 풍경도 그려보았습니다. 지금까지 써본 재료라고는 연필, 수성색연필, 오일 파스텔 뿐이긴 하지만 저는 오일파스텔과 사랑에 빠져버렸습니다. 오일파스텔로 넓은 면적을 빈틈없이 채우는 작업이 매우 즐겁더군요. 그리고 정말 신기할 만큼 오일파스텔은 비쌀 수록 좋습니다. 가격 차이가 각각 얼마나 나는지는 모르겠는데, 총 3가지 브랜드의 오일 파스텔을 써본 결과 비싼거>덜 비싼거>싼거 순으로 질감이 좋습니다. 저렴할 수록 크레파스랑 점점 더 비슷해지고, 비쌀 수록 유화와 점점 비슷해집니다.
곤죽이 된 뇌 때문에 뭘 해도 집중이 안되는 나날을 보내고 있는데, 그림을 그리고 있을 때 만큼은 아무 생각 없이 완전히 집중하게 됩니다.
집에서 발굴한 오일파스텔로 나름의 그림도 몇 점 그려보았습니다. 색이 몇 가지 없어 쓰던 색만 계속 쓰게 되는데, 그것도 그 나름의 재미가 있더군요. 좋아하지 않는 색도 이렇게 저렇게 조합해보면서 재미난 그림들을 그릴 수 있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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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국이 어느덧 한달도 채 남지 않았습니다. 이것저것 거의 다 준비했다고 생각했는데 아직 안 한 거 없나 곱씹어보면 해야할 목록들이 왜이렇게 많이 생각나는지요. 이제 진짜로 유럽에서 인생을 살아간다고 생각하니 무덤덤 했다가도 불현듯 설레곤 합니다. 잘해봅시다! 이 망할 여름도 잘 이겨내 보구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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