커피 끊고 나서 밀크티 덕후 됨 / 에잇디 시티카페
커피 끊고 나서 하루아침에 밀크티 덕후 됨
&에잇디 시티카페
커피를 끊고나서, 저는 커피를 대체할만한 제품을 찾아나섰습니다. 사람이 커피로만 살 것이 아니요, 너의 입으로 들어갈 모든 음료의 가능성으로 살 것이다. 라는 말이 구약성경에도 나와있지요. 중요한건 커피 그 자체가 아니라 '좋아하는 음료를 매일 마시는 행위'입니다.
해서 다양한 대안 음료에 도전하는 중입니다.
왼쪽에 있는 건 소위 '보리 커피'로 유명한 오르조입니다. 이 보리커피의 맛은, 참 만감이 교차하는데요, '내가 이렇게까지 해서 커피를 마셔야되나?'하는 생각을 안겨주는 맛입니다.
한쪽 끝에는 보리차가, 다른쪽 끝에는 커피가 있는 스펙트럼을 가정했을 때 오르조 커피 맛은 스펙트럼의 중간을 기점으로 보리차에 더 가까운 맛입니다. 말하자면 그냥 안 먹고 말지-가 됩니다. 커피에 대한 미련을 완전히 극복하게 해주는 친구라고도 볼 수 있겠습니다.
우측에 있는 건 3:15 오키나와 브라운 슈거 밀크티입니다. 정말 맛있는 맛이 나니 이따 아래에서 다시 회포를 풀도록 하겠습니다.
보시는 바와 같이 큼직 합니다.
일요일 점심으로 감바스 파스타와 밀크티를 먹었습니다. 감바스 파스타는 소금을 너무 적게 넣어서인지 맛이 밍숭맹숭해서 그 비주얼에 비해 후진 맛이 났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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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금요일에는 삼성역에 갈 일이 있었습니다. 삼성역에서의 볼일을 마치고 하루를 정리하는 차원에서 그럴듯한 카페에 갈 요량으로 삼성역을 헤매고 다녔습니다. 그리고 정말 놀라울 만큼 마음에 드는 카페가 없음을 발견, 자포자기의 심정으로 아무데나 들어갔고 그곳이 에잇디 시티카페였습니다.
(근데 저는 이곳이 선릉역 바로 앞이라고 기억을 하고 있는데, 네이버에 쳐보니까 선릉과 삼성의 정 중앙에 위치해 있더라구요. 역삼-선릉-삼성 이 동네가 워낙 거기서 거기다보니까 헷갈린 것인가 싶기도 한데 이 부분은 오리무중입니다. 아무튼 삼성역점과 강남역점 두 군데가 있다고 나옵니다)
저는 본디 밀크티를 좋아하지 않는 혓바닥을 가지고 태어났으나, 커피를 끊어서인지 뭔지 에잇디 시티카페에서 마신 밀크티에서 그 매력을 느껴버렸습니다. 달짝지근하면서도 살짝 쌉싸름 한 그 맛. 달면 삼키고 쓰면 뱉어야 마땅하지만, 달기도 쓰기도 해서 엉겁결에 삼키다보면 입안에 남는 부드러운 차와 우유의 향미…
애초에 밀크티에 그리 애정이 없는 상태로 시킨 친구라, 사진도 한잔을 비우고 나서야 찍게 되었습니다.
저는 사실 '밀크티=맛없는음료'라는 생각을 가지고 있었습니다. 고등학생 때 호기심에 런던의 오후였나? 그런 이름의 캔음료를 하나 사마셨는데요, 문자 그대로 한모금 마시고 버렸습니다. 그 이후로는 공차에서 아주 가끔 밀크티버블티를 사마시는 정도였네요.
메뉴판을 찍어왔습니다. 보시는바와 같이 가격이 아주 저렴합니다. 밀크티 큰거 한잔에 4000원이 넘지 않습니다. 하지만 여러분은 여기에 속아 넘어가시면 안됩니다. 물건의 가격이 아주 저렴할 때는, 다른 돈벌이 수단이 있다는 뜻이기도 하기 때문입니다.
보시는 바와 같이, 대만음식-올리브영버전 스타일로 매장이 꾸며져 있습니다. 거의 모든 종류의 3:15 밀크티는 물론, 리치 젤리, 대만 맥주, 누가크래커 등 '야 대만 갔다올 때 그것좀 사다줘' 제품들이 모여있습니다. 저는 위 사진에서도 보여드렸듯 3:15 오키나와 브라운슈거 밀크티를 하나 사왔는데요(5,100원으로 기억), 인터넷 쇼핑몰 찾아보니 인터넷보다 더 다양한 제품이 있고 가격도 엇비슷 하더군요.
사진을 좀 낮게 찍었는데, 천장이 엄청 높아서 저 밀크티 산이 그야말로 산처럼 쌓여있습니다. 밀크티 덕후들의 천국과 같은 공간이라 하겠습니다.
또 마시고 싶다.. 오키나와 브라운 슈거 밀크티.. 근데 한 통에 5개밖에 안 들어있어서 아껴먹어야 합니다. 조만간 다시 방문해서 이맛 저맛 새로 도전해봐야겠습니다.
+) 3:15 밀크티, 오키나와 브라운슈거 맛은 타피오카펄 딱 그 맛입니다. 밀크티 버블티 마시면 밀크티의 맛+타피오카펄의 맛 이렇게 두 맛이 느껴지지 않습니까? 그 맛의 타피오카 펄 없는 버전이라고 생각하시면 됩니다. 맛있다는 뜻이에요.
그리고 우유를 부어마실 필요가 없더라구요! 티백 안에 우유분말이 들어있어서 물 부으면 우유처럼 됩니다. 너무 당연한건가 싶기도 하면서도, 제가 얼마나 밀크티에 관심없이 살아왔는가를 보여주는 대목이라고 생각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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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의 성경책 Coach yourself to Success에는 이런 말이 나옵니다. 당신이 당신의 주위를 비워나가면, 우주가 그 빈자리를 채워준다고요. 요며칠 이 말의 의미를 깨달아가는 중입니다. 제가 커피라는 음료를 마음에서 비웠기에 밀크티라는 새로운 멋진 친구를 사귈 수 있었습니다. 또 마음을 다잡고 책상을 말끔히 정리하니 토플공부할 때도 안 쳐다봤던 토플 단어장을 꺼내 공부하게 되덥니다.
미니멀리즘의 유행에 맞물려, 한번쯤 생각해볼 대목입니다. 정말 필요한것, 정말 좋아하는 것을 제외한 나머지를 비우면, 그 자리에 새로운 만족감, 평온함, 행복함이 채워집니다. 미니멀리즘을 추구하는 사람들이 '영적인' 혹은 '종교적인' 느낌을 주는 것은 이 때문이 아닐까 싶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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