망막박리 수술 // 일주일간 회사를 쉬면서
망막박리 수술을 받았다.
10월 경 종합건강검진을 받았는데, 망막박리 의심이 되니 병원에 가보라는 결과가 나왔다. 뭐 별 일은 아니겠지 싶기도 하고, 무엇보다 딱히 불편 증세가 없었다. 그러다가 12월 쯤부터 비문증이 이상하리만큼 심해져서 12월 31일 동네 안과에 갔고, 대학병원에 가라고 해서 1월 3일 일요일에 분당 서울대병원 응급실에 갔다.
대학병원에 가니 왜 검사 받은 31일에 안오고 오늘 왔냐고 혼났다. 일단 발견이 되면 망막이 더 떨어져서 더 큰일이 나기 전에 수술이든 시술이든 치료를 가급적 빨리 해야하는 모양이다. 당장 내일 수술을 해야하니 오늘 입원을 하라고 했다. 해서 충전기도 치약칫솔도 마음의 준비도 아무것도 가져오지 않은 채 당일 입원을 하게 됐다. 수술 전까지 금식이라는데, 점심 먹고 아무것도 안먹어서 배고파서 죽는 줄 알았다. 금식 전까지 시간이 좀 있었는데, 나는 대기실을 떠날 수 없어서 엄마가 초밥을 사다주어서 대기실에서 초밥을 먹었다. 피를 뽑고, 심전도 검사를 하고, 이런 저런 검사를 하고 한참을 기다린 끝에 병실에 누울 수 있었다.
(+) 입원을 하려면 코로나 검사를 받아야한다. 면봉으로 코 끝까지 찌른다는 그 검사... 생각보다 아프거나 기분나쁘거나 하진 않았따. 병원 가면 으레 이정도는 불쾌하곤 하지-.. 하는 정도의 감상. 피뽑는 것 보다 훨씬 덜 괴로웠다.
눈 흰자를 째는 수술과, 눈 뒤로 어찌저찌 해서 스펀지같은걸 대서 어찌저찌 하는 수술이 있다는데, 나는 흰자를 째기에는 나이가 어려서 눈 뒤로 어찌저찌 하는 수술을 받았다. 전신마취를 하고 수술을 했으니, 아프거나 무서울 겨를은 없었다. 수술대에 누워 마지막으로 기억나는 장면은, 산소마스크를 대고 불편하게 숨을 쉬다가 "프로포폴 들어갑니다 이거 원래 아픈거에요..." 하는 간호사 선생님의 목소리를 들으며 '정말 살짝 아프네...' 하는 생각을 했던 것. 눈을 뜨니 수술한 왼쪽 눈알이 넘 아팠고 마취가스 냄새가 났고 목이 아팠고 회복실 천장이 보였다.
월요일 저녁에 진행된 수술이라, 수술이 끝나니 저녁 9시쯤이었고, 마취가스가 몸 밖으로 충분히 나갈때까지 3시간 정도는 잠들지 말라고 안내를 받았는데, 마취가스를 내뱉기 위해 심호흡을 하다보니 호흡이 안정되고 마음이 편안해지고 근육이 이완되어 금새 잠들어버렸던 것 같다.
자는 동안에도 수술한 눈이 아파서 종종 깼는데, 어떤 특정한 자세를 찾으면 놀랄만큼 편안해져서 금방 다시 잠들고... 이런 과정을 다수 반복했다.
엄마가 옆에 있어주었는데, 입원과 수술이라는 건 (큰 수술은 아니었음에도) 혼자 하기에는 좀 쓸쓸한 일인 것 같다는 생각을 했다. 아프지 말아야지.
화요일 오전에 퇴원했다. 일요일 밤 입원 - 월요일 밤 수술 - 화요일 오전 퇴원 - 의 스케줄이었기에, 퇴원하기에는 좀 이르지 않나 싶긴 했는데 빨리 집에 돌아가고 싶다는 생각이 강렬했기에 큰 불만은 없었다. 아빠가 데리러 와서 엄마와 함께 셋이 닭갈비를 먹고 집으로 돌아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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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서, 수술과 입원이라는 큰 이슈가 포함된 것이긴 하지만, 일주일을 통으로 회사 일을 못하고 있다. 일상 생활에 큰 지장은 없을 거래서 수요일에 사실 회사 컴퓨터를 켜서 일을 해볼까 했었다. 눈알이 아파서 관두고 더 늦기전에 남은 한주 내내 병가를 썼다.
아파서 쉬는 거라 놀고 먹으며 편히 쉬는 것은 아니지만, 회사 일을 안한다는 것 자체만으로 심신이 이렇게 안정된다는 사실에 조금은 씁쓸하기도 했다. 뭘 위해서 온갖 병 얻어가며 돈을 벌고 있는 것인지. 건강해야 일할 수 있고, 건강하지 않아야 쉴 수 있는 아이러니에 대해서도.
직장인에게도 방학이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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