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베니스의 요일 33] 크리스마스, 프랑크프루트의 요일
베니스의 요일 33
크리스마스, 프랑크프루트의 요일
2018/12/24 ~ 2018/12/26
교환학생 와 있는 친구들은 거의 모두 기숙사에 산다.
기숙사는 12월 22일부터 1월 초순까지 크리스마스 휴일이라 문을 닫기 때문에, 기숙사에 사는 친구들은 이 기간동안 반 강제로(!) 여행을 다닌다.
나는 딱히 어디론가 떠나야할 필요는 없었으나, 크리스마스 휴일에 집에 혼자 있으면 심심할 것 같아서 친구를 따라 프랑크프루트에 다녀왔다.
요사장이 아니라 요회장이라고 불러야할 것 같은 포스
크리스마스의 프랑크프루트는 뭇 유럽이 그러하듯 뭐 하나 연 가게 없이 텅 비어있었다. 크리스마스 마켓은 22일까진데, 남한 출신 박요일씨는 '에이 그래도 크리스마스 마켓 흔적은 남아있겠지'라고 생각했으나 그것은 사실이 아니었다. 크리스마스 마켓은 흔적도 없이 사라져 있었고... 관광객과 미술관, 스타벅스만이 활기를 띄고 있었다.
내가 묵은 숙소에서 친구들을 만나고, 또 엄청 많은 한국인 유학생들을 만났다. 유학생들의 작은 파티같기도 했던 따뜻한 분위기가 좋았다.
뭐시기 박물관에서 박물관 구경은 안 하고 기념품샵 구경만 했다. 럭키박스를 좋아하는 요사장이 5.9유로나 주고 구매한 럭키박스에는 김장봉투와 각종 쓰레기가 들어있었다! 보통 럭키박스라 함은 재고떨이를 목적으로 하기 때문에 이런 쓰레기를 넣어둘리가 없다. 하지만 프랑크프루트 역사박물관의 럭키박스는 정말 쓰레기 처리를 위한 것이었는지 이런 말도안되는 잡동사니 중의 잡동사니가 들어있었다. 열어보고 어이없어서 하루 종일 웃었던. 내 돈 내놔라 이 도둑놈들아!
문을 연 곳이라고는 스타벅스나 서브웨이같은 곳 밖에 없어서, 어지간한 스타벅스에는 다 들어가봤다. '와 카페에 이렇게 오래 앉아있을 수 있다니!' 이탈리아에서 공부하다 온 요사장의 소감이었다. 바닐라라떼 정말 맛있었다. 커피에 바닐라 시럽을 넣을 생각을 하다니!
같이 찍으면 부자가 된다는 유로 동상 앞에서 사진도 찍어보았다.
이날 친구 B가 갑작스레 디스크 증상을 호소해서 응급실에 다녀오기도 했다. B가 엄청난 고통에 시달리는 와중에도 '입만 살아서' (본인 입으로 그렇게 말했다 ㅋㅋㅋㅋ), 아픈사람 앞에 두고 미안하게도 아주 많이 웃었다. 이 글을 쓰고있는 와중에도 B 생각이 나서 웃고 있다.
조각케익을 사와서 괜히 크리스마스 느낌도 내보았다. 내가 묵은 숙소는 한인민박이었는데, 각개 각국에서 유학하다 온 사람들을 만나 재미나게 떠들었다. 와 그 나라는 어땠어요? 여기는 이런데 거기도 그래요? 그런 질문들을 서로에게 하며 재미난 시간을 보냈다.
우연히 만난 G가 '양갱 드실래요?'라고 해서 모두가 '>>양갱..<<이요?'라고 하며 놀라는 시간도 가졌다. 한국에서도 잘 먹지 않는 양갱을 프랑크프루트에서 먹었다. 오손도손 조용조용 시끌벅적한 크리스마스였다.
돌아가는 날. 나는 밤 9시 비행기이고 친구들은 아침 10시 비행기라, 친구들을 배웅하고 나는 또 다시 스타벅스에 왔다. 여기 앉아서 Z에게 줄 엽서도 끼작이고 편집 마무리도 하고 일기도 쓰고 그랬다.
마침내 비행기를 탔다. 인테리어에서 느껴지는 고급스러운 느낌이 좋았다.
트레비소 공항에서는 탑승 2시간 전부터 입장할 수 있었는데(라이언에어), 여기는 거의 탑승 6시간 전부터 들어가게 해줬다(루프트한자). 프랑크프루트 공항 직원에게 내 표를 보여주면서 '나 지금 수속할 수 있어?' 물어보니까, '그럼! 안에 면세점도 엄청 크고 음식점 카페가 있어서 앉아있으면 돼.'라고 말해주어서 역시 돈이 최고라는 결론을 또한번 얻었다. 면세점이 인천공항만큼 큰 건 아니었지만, 라이카도 있고 카페도 많고 워크플레이스도 있고 해서 대여섯시간이 빠르게도 지나갔다. 저가항공을 이용하는데 큰 불만사항이나 불편함은 없었지만, 큰 항공사를 이용하니 엄청 편하고 만족스러웠다.
베네치아 공항에 내려 집으로 돌아가는데 '하 드디어 집이다' 라는 안도감이랄지, 그런 느낌이 들어서 기분이 묘했다. 곧 떠날 건데 말이다. 소중한 것이 많을 수록 이별의 슬픔은 커지고 따라서 인생에 슬픈일이 많아지고. 내가 미니멀리스트로 살아가려는 이유는 여기에 있다. 소중한 것은 꼭 필요한 만큼만 만들어야지.
따뜻한 연말이 시나브로 지나가고 있다. 나는 내년이 너무 기대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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