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베니스의 요일 번외] 한 해 리뷰 및 신년의 요일에게
베니스의 요일 번외
한 해 리뷰 및 신년의 요일에게
2018
베네치아를 떠나는 로마행 버스 안에서 씀.
올해 배운 것들 중 가장 의미있는 것은 불투명한 시간을 견뎌내는 힘이다. ‘다 잘 될거야’라는 대책없는 낙관성을, 의심으로 점철된 상황에도 억지로 끌어오는 힘. 최악의 하루도 잘 씹어 삼키는 힘. 몸과 정신이 힘들어도 눈은 항상 총명하게 뜰 것. 악재를 빤히 들여다보며 그 안에서 교훈을 발견할 것.
나쁜 놈에게는 반드시 복수할 것. 복수 후에는 꼭 용서해줄 것. 너그러운 마음으로.
아주 사소한 것이라도 쟁취하겠다는 마음으로 살았다. 하늘은 스스로 돕는자를 돕는다. 모든 사람을 다 돕기에는 지구에 인간이 너무 많다. 알아서 잘 살자. 나는 도대체가 못할 게 없다. ㅡ이것이 사실이 아닐지도 모른다는 의심 속에서도 억지로 ‘나는 다 할 수 있다’ 라는 생각을 끌어오곤 했다.
내 자신을 누구보다 많이 믿어주자. 사람들은 안된다고 말할 것이다. 나 하나라도 된다고 말해주자. 남들이 안된다고 하는 만큼, 그것보다 더 많이 스스로에게 할 수 있다고 말해주자. 끌어내려지지 말자. 잠재력을 썩히지 말자. 젊음을 낭비하지 말자. 안주하지 말자. 미래의 나에게 내가 갖고싶은 것을 선물하자. 항상 발전하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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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해는 상반기 하반기 나눠서 일기장을 써서 그런지, 그 둘이 연결이 잘 안 된다. 특히나 상반기의 일은 그것이 정녕 올해가 맞던가 싶게 까마득. 엄청나게 추웠던 역삼동 사무실 가는 길, 그만두고 좀 쉬면서 연희동 자취 시작, 연이은 취직 실패, 어쩌다 창업, 터닝포인트, 그러다가 베네치아. 1월부터 8월까지는 모든게 다 불투명했다. 아주 짙은 안개 속 한걸음 바깥이 뭍인지 물인지도 모르는 생활. 해서 생존수영같은 마음 수련법도 익혔던 거 같다. 뭍이면 다행이지만 물에 빠질 수도 있으니까.
2018년도 한해는, <현실적으로> 많은 것을 이룬 한 해는 아닐지 모른다. 나는 휴학을 어쩌다 일 년이나 했고 여기서 학점 세탁을 한 것도 아니고 취직 시장에서 쓸만한 재주를 배운 것도 아니니까. 하지만 인생 길게. 남은 60년 놓고 봤을 때 나는 올 한해를 아주 중요한 한 해로 꼽게될 거 같다. 몸도 그렇고 마음도 그렇고 전에없이 튼튼해진 한 해였다.
나는 2019년도가 아주 많이 기대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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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기서부터는 인스타그램에 썼던 거 백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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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8 상반기 리뷰 1
모쪼록 이거 재작년 일 아니던가 소리가 절로 나오는 일년이었다. 학교를 쉬는 일년 동안 많은
고민을 하려고 했는데, 인생은 짧고 오늘은 길기 때문에 일단 뛰어들고 봤었다. 고민만 하다가는 걷지도 뛰지도 앉지도 서지도 못
하니까. - 내가 서울에 살긴 살았던가? 싶을 정도로 이곳 생활에서 만족스럽게 적응했다. 서울로 돌아가면…이라는 문장이 무의식중에
떠오를 때마다 아차 싶은, 그 이름 모를 복잡다단한 기분 하며. 해서 사진을 뒤적거려 보는데. 나 자신의 게으름이랄지 마음
깊은 곳에 있는 실패하면 어떡하지 하는 자기 의심이랄지 그런 것들과 치열하게 싸웠던 상반기였다. 나는 대단한 금은보화를 얻지는
못했지만 흐릿한 보물섬 지도를 손에 넣었다.
2018 상반기 리뷰 2
내가 요사장인 이유 바로 위헤이트유브이
제대로 알아보고 각 잡고 시작하면 결국 시작 못 할 것 같아서, 장사하기로
결심한 그 다음 날인가? 동대문 갔었던. 인생의 정말 커다란 터닝 포인트였달지. 나는 그 한 밤중의 동대문시장이 참 좋았다.
처음에는 무섭기도 했지만 그 무서움을 음미하는 순간 패배라는 걸 배웠다. 자기 자신한테 패배. 성공한 사람들이 한치앞도 안 보이는
선택의 기로에 서서 (심지어 몇 갈래길인지도 알 수 없다) 무섭지 않았을까? 어렸을 땐 그렇다고 생각했는데 그 사람들도 아마
무서웠을 것이다. 그래도 그냥 하는 거다.
모쪼록 그 새벽에 주문이 폭주하는 그 걸 볼 때의 쾌감ㅋㅋㅋ사람이 졸린 지도
모르고 일할 수 있구나. 군만두 너무 싫어하는 음식인데 동대문 뱅뱅 돌고 물건 사오고 나서 콜라랑 같이 먹었을 때 기분 좋았다.
다시 생각해도 정말 맛 없었지만 기분은 좋았다.
내가 내 장점이라고 생각했던 부분을 잃기도 했지만 더 큰 걸 얻었다.
2018 하반기 리뷰
나는
이제야 알았다. <재밌게 잘 지낸다>는 문장의 뜻을 말이다. 이 문장을 온몸으로 살아내는 중이다. 재밌게 잘 지내고
있다. 상 뒤집어 엎고 칼로 협박하고 싶은ㅋㅋㅋ일도 더러 있었는데 나는 모범시민답게 그런 짓은 하지 않았다. 그런 일들도 재밌게 잘
보내는 방법을 배웠다.
이탈리아는 내 전공과 전혀 관련 없는 곳이며, 내가 이곳의 문화를 사랑해왔고 뭐 그딴 것도
아니다. 나의 유구한 짝사랑 국가는 오히려 독일에 가까웠는데 (먼나라 이웃나라 독일 편 십회독 경력 보유 / 독일어 일 년 공부)
뭐 어쩌다보니 이탈리아에 오게 됐다. 결과적으로는 독일도 이탈리아도 썩 마음에 들지 않는다는 회의적인 결론에 도달하였지만ㅋㅋㅋ
아무튼 영 인연이 없을 줄 알았던 곳에 와서 그런지 오히려 내 자신을 더 잘 돌아볼 수 있었다.
다들 새해 복 많이 받으시고 열심히 사십시오. 장기하를 썩 좋아하진 않지만 새해복만으로는안돼니가잘해야지는 참 잘 빠진 문장이라고 생각한다.
copyright 2018. 박요일 all rights reserv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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