뜨뜨미지근한 것들 아카이빙
감정선을 건들이지 않으면서도 좋은 것을 향유했다는 기분을 주는 친구들을 아카이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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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부에노스아이레스에서 사랑에 빠질 확률
영화나 드라마 등 서사가 있는 영상매체를 잘 안 보는 이유는 지나치게 몰입하여 마음을 쓰게 되는 게 싫어서다. 활자로 된 매체로 서사를 즐기는 것을 더 좋아하는 것은 몰입의 강도를 내가 조절할 수 있어서. 그렇다고 해서 영상 매체가 주는 시각적 즐거움 없이 살아가는 것은 너무 미적지근한 삶이기에 나의 마음을 전혀 쓰지 않고도 시각적 즐거움을 주는 영화들을 좋아한다. 해서 서사는 뜨뜨미지근하되 영상미는 끝내주는 그런 영화를 만나면 마음이 잘 맞는 사람을 만난 것처럼 반갑다.
기본적으로 로맨스 서사를 썩 좋아하지는 않음에도 불구하고, 이 영화는 모든 면에서 어떻게 이럴 수 있지- 싶게 좋았다. 사랑 얘기 만큼은 뜨뜨미지근하게 풀어내기가 힘든데, 이 영화는 거의 완벽한 관찰자 시점으로 두 주인공의 사랑을 보여준다.
아래는 구글 영화 설명인데 영화가 좋은 것에 비해 설명이 참 구리다.
수 많은 사람들 가운데, 우리는 끝내 만나게 될 거에요!매칭률 100%를 향한 도시남녀의 신개념 러브스토리! 산타 페 1105번지 4층, H호외부와의 접촉을 최소화한 채 컴퓨터로 모든 생활을 해결하는 웹 디자이너 마틴.오늘도 그의 곁을 지키는 건 7년 전 헤어진 여자친구의 강아지 수수 뿐이다.마틴에게 온라인 채팅은 일상처럼 익숙하지만, 낯선 이와의 데이트는 어색하고 불편하기만 하다. 산타 페 1183번지 8층, G호도시의 쇼윈도를 디자인하는 디스플레이어 마리아나.힘겨웠던 4년 간의 연애를 끝내고 집에 돌아왔지만 그녀를 반기는 건 묵묵부답의 마네킹 뿐이다.이별 후의 밤이 유독 힘겨운 마리아나는 오늘도 이 도시 어딘가에 있을 운명의 상대를 상상한다. 갑작스런 정전으로 모든 게 멈춰버린 어느날, 집 밖으로 나선 마틴과 마리아나.가까이 있으면서도 서로의 존재를 모르던 그들은 과연 사랑을 이룰 수 있을까?
영상미가 끝내준다. 영화 앞부분에 건물 스틸 영상 쭉 나오면서 나래이션이 나오는데, 스틸 영상 하나하나가 얼떨떨 할정도로 내 취향이었다. 이 영화의 한 장면을 회사 컴퓨터 배경화면으로 해뒀다.
2. 거북이는 의외로 빨리 헤엄친다
일본 영화 감성 안 좋아하는데, 이 영화는 참 뜨뜨미지근 하니 좋았다. 은근히 생각해볼 거리도 좀 있었음. 옛날에 봐서 기억 잘 안남.
3. 나츠메 우인장
노노재팬이긴 하지만 나츠메 우인장 만큼은... 이렇게 뜨뜨미지근한 힐링물이 또 없다.
정말 좋아하는 애니메이션 중 하나.
위 이미지만 보면 귀신보는 미친 고등학생이 늑대랑 같이 요괴 때려잡는 얘기일 거 같지만 전혀 아니고 올타임 레전드 힐링물이다.
Cf. 제일 좋아하는 애니메이션은 공각기동대. 제일 좋아하는 영화는 매트릭스.
4. Brandenburg concerto no.5 in major
노래 자체는 뜨뜨미지근보다는 조금 신나는 느낌이긴 하지만.
하프시코드가 프리킹 어썸한 노래인데, 노래가 좀 과하게 신나진다 싶을 때 쯤 하프시코드가 균형을 잡아주는 느낌.
친구가 알려줬는데 하프시코드는 소리의 강약이 없다고 한다. 피아노는 쎄게 치면 소리가 더 크게 나고 그러는데, 하프시코드는 치는 힘과 관계 없이 같은 크기의 소리가 난다고 한다. 그래서 그런 것 같다.
5. Bolero
이 노래는 날 정말 많이 도와준 노래인데. 어떤 감정상태에 있든 이 노래를 들으면 기분이 참 중립적이어진다. 일 진짜 하기 싫은데 진짜 꼭 해야될 때 이 노래 듣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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