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리 4박 5일] 파리 17km 돌아다닌 하루 일정
2019년 1월 세자매 유럽여행
파리 17km 돌아다닌 하루 일정
2019/01/14 - 2019/01/18
중 1월 15일
#노트르담 #생트샤펠 #오쁘띠그렉 #피에르에르메후기 #오르세미술관 #개선문
* 2018.12.28부터 2019.01.18까지, 즐거웠던 세자매 유럽여행을 기록합니다.
* 여행 순서대로 업로드 한 것이 아닌, 포스팅이 완성된 순서로 올린 것입니다.
-
이날은 지금 생각하니 정말 아찔할 정도로 완벽했던 하루였다.
오전 10시에 관광청에 가서 뮤지엄패스 2일권을 끊었다. 그리고 바로 가까이에 있는 노트르담 대성당에 들어갔고, 전망대에도 올라갔으며, 생트샤펠에 가서 아주 오래 감탄하는 시간을 갖다가, 오 쁘띠 그렉에서 크레페를 먹고 삐에르 에르메에서 마카롱을 먹었다. 그렇게 기운 충전을 하고 오르세 미술관에 가서 아주 만족스러운 관람을 했고, 관람을 마치고 나오자마자 미술관 정문에서 우연히 만난 재즈 버스킹. 미술관에서 한 블럭 걸어가서 샀던 스시박스. 숙소로 돌아와 1664와 파인애플 쥬스를 마시며 스시랑 치킨을 먹었다. 그렇게 기운을 충전하고 개선문까지 다녀왔다! 놀라운 건 하루종일 이렇게 돌아다녔는데도 도시의 반도 채 구경하지 못했다는 것과, 다음에 또 오고싶은 생각이 든다는 것.
▲파리 곳곳에서 볼 수 있는 공용 전동킥보드. 아침에 관광청에 가서 해당 전동킥보드를 관광객 신분으로도 이용할 수 있는지 물었는데, 관광청 직원이 '이용은 할 수 있지만 너무 위험하다'고 대답했다. 하긴 여행지에서 이거 타다가 다치기라도 하면 난감하겠다 싶어 결국 타지 않았다.
노트르담 대성당은 사실 바깥에서 봤을 때 정말 못생긴 성당이라고 생각했다. 주먹구구식으로 툭 튀어나온 뿔도 아니고 귀도 아닌 그 탑 둘. 뭐가 앞이고 뭐가 뒤인지도 모르겠고 옆모습도 못생긴 그 건물. 안으로 들어가니 이탈리아의 압도적으로 화려한 성당들 못지 않게 크고 화려한 내부를 만날 수 있었다.
오스트리아의 따뜻한 성 슈테판 성당과, 이탈리아의 압도적인 로마 성당들을 적절히 섞어놓은 듯한 모습이었다. 여기저기 성당을 돌아다니며 스태인드글라스를 못 본 것이 자뭇 아쉬웠는데, 노트르담 성당에서 스태인드글라스를 한참 들여다보며 머릿속을 비울 수 있었다.
노트르담 대성당 전망대에 올라가기 위해서는, 노트르담 성당을 바라봤을 때 왼쪽 벽으로 가야한다. 그쪽에 두 개의 키오스크가 있고, 거기서 전망대 올라가는 시간을 예약해야한다. 마침 11시 타임을 예약할 수 있었고, 어쩌다보니 전망대 올라가는 사람들 중 맨 앞에서 387계단을 올랐다.
나선형 계단을 60개 정도 오르다가 ‘이거 티켓검사를 하는거야 마는거야’ 싶을 때 쯤, 중간에 있는 기념품 샵에서 사람들을 불러세운다. 거기서 티켓을 사고 티켓 검사를 받는 것이다. 모든 사람이 티켓을 다 샀어도 거기서 한 5분정도 대기해야한다. 높은 확률로 기념품을 팔아치우려는 수작일 것이다. 우리는 뮤지엄패스가 있었기 때문에 기념품 구경 말고는 할 일이 없었는데, 해서 대체 예수님은 무엇을 위해 성당 안의 시장통에서 그렇게 화를 냈을까, 그런 고민에 잠겼다. 각종 교황 굿즈를 보며 괜히 이상한 기분이 들었던 것은 여기서도 마찬가지였다. 인간을 섬기지 말라고 했을텐데, 교황 얼굴 보며 아멘 아멘 할 것은 뭐란 말인가. 사제간 성폭행 문제, 아동 성폭행 문제, 여성 신도 노동력 착취 문제같은 것들을 생각하면 말이다.
모쪼록 그렇게 기념품샵에서의 대기시간이 끝나면, 다시 끝없는 계단 오르기가 시작된다. 숨을 크게 몰아쉬며 나 이제 관두고 내려가게 해줘! 싶을 때 쯤 전망대에 도착한다.
올라가면 센강과 파리 시내가 한눈에 보이는데, 전망을 더 잘 보기 위해서는 매직아이를 해서 눈 앞에 있는 철조망을 보지 말아야 한다. 전망대에서 스케치북을 들고 서서 가고일을 그리는 사람도 있었는데, 아마 그 자는 매직아이의 대가일 것이다.
좁은 전망대 길을 굽이굽이 가다보면 종탑에 들어갈 수 있는 작은 입구도 있다. 행여나 우리가 거기 있는 동안 종이 울려 고막이 찢어지지 않을까 하는 걱정과 함께 스릴있는 종 구경도 할 수 있었다.
들어올 때와 마찬가지로, 하산할 때도 질서정연하게 기다려서 내려가야한다. 나선형 계단 내부가 좁기 때문에 안전사고를 방지하기 위함인 것 같다. 여기서 더 올라갈 수도 있는 모양인데, 우리는 이미 너무 지친 상태였기 때문에 그저 하산을 원할 뿐이었다.
전망대에서 내려와서는, 노트르담 앞에서 괜히 폼잡고 사진도 몇 장 찍었다. 배가 아주 고팠지만 생트 샤펠에도 가야하기 때문에 잠시 허기를 참기로 했다. 시장이 반찬이라고, 배가 많이 고플수록 크레페를 더 맛있게 먹을 수 있기 때문이다.
▲이게 다인 줄 알고 실망할 뻔 했던 생트샤펠 1층
노트르담 성당에서 생트 샤펠은 걸어서 10분도 채 안되는 거리에 있고, 이 성당 또한 뮤지엄 패스로 입장할 수 있었다. 그리고 단연컨대 유럽에서 본 건축물 중 가장 아름다운 건축물이었다. 처음에 입장했을 때는 가이드북에서 본 멋진 스태인드글라스 사진과는 전혀 다른, 조금은 초라한 내부가 펼쳐져서 잠시간 당황하기도 했다. 그곳은 우리가 기대하는 생트 샤펠이 아니고, 좌측에 위로 올라가는 나선형 계단을 올라야 한다.
내 앞에 일본 남자 두 명이 걸어올라갔는데, 갑자기 마지막 계단 쯤에서 발을 멈추더니 ‘스으게에에’ 하길래 ‘뭐야’ 싶었는데 나도 마지막 계단 쯤에서 발을 멈추게 되더니 ‘우우와아아’ 하게 됐다. 가이드북을 보니 스테인드글라스가 618미터에 달한다고 해서 에이 설마 했는데, 진짜였다. 눈을 어디다 두면 좋을지 모르게 압도적으로 아름다웠다. 프랑스는 여기저기서 훔쳐온 걸로 먹고사는 동네라고 생각했는데, 생트 샤펠을 보니 이자식들 내수시장도 장난 아니긴 하구나 싶었다. 여기서는 ‘이 작품에 담긴 미적 가치는 무엇인가’ 따위의 질문은 정말이지 가치가 없다. 미적 가치가 여기에 ‘담겨있다’기 보다는, 미적 가치라는 개념을 건물로 승화했다고 봐야한다. 내가 파리에 좀 더 오래 머물게 된다면, 간혹 심심할 때 생트 샤펠에 와서 재미난 옛날 이야기 상상을 두세시간쯤 하다 가고 싶다.
언니랑 동생이랑 생트 샤펠에서 나와서 한참을 ‘생트 샤펠 진짜 멋있지 않냐’라는 주제로 대화했다. 그러면서도 오 쁘띠 그렉으로 향하는 발걸음을 게을리하지 않은 것 또한 물론이다. 오 쁘띠 그렉은 전날 동생이 인터넷으로 찾은 크레페 맛집인데, 그 가게가 있는 골목에 크레페 집만 십수개가 있어서 많은 유혹을 당하기도 했다.
보통 우리가 생각하는 크레페는, 얇은 빵쪼가리에 생크림 딸기 누텔라 바나나 등등 각종 달달구리를 얹어서 돌돌 말아먹는 디저트다. 여기에서는 핫 크레페와 디저트 크레페가 따로 있어서, 핫 크레페를 시키면 정말 든든한 한 끼를 할 수 있다. 나는 그리스 치즈와 구운 가지와 이것저것 등등이 들어간 크레페를 시켰는데, 정말이지 <든든한 식사>의 모범 식단이라고 밖에는 설명할 수 없다.
크레페 집에서 만족스러운 식사를 하고 디저트를 먹기 위해 피에르 에르메로 향하던 중, 우연히 그 유명한 몽쥬약국도 만났다. 생각보다 대단히 싸지는 않은 데다가, 기내용 캐리어만 들고다니는 나는 100ml 이상의 제품을 살 수 없어 그냥 둘러만 보고 나왔다.
▲저 분홍색 친구를 먹었다. 산딸기 뭐시긴데 살짝 장미 향이 난다. 마카롱은 실망이었지만 이건 진짜 맛있었다.
피에르 에르메는 파리 곳곳에 있는데, 우리는 구글에 쳤을 때 가장 가까운 곳으로 갔다. 엄청나게 고급스러운 내부와 상당히 비싼 가격, 그리고 무엇보다 앉을 자리가 없어 나갈까 고민했지만, 길 건너에 바로 피에르 에르메 카페가 있어 해당 매장에서 구매하고 카페로 가면 된다고 했다. 이름을 까먹은 산딸기 디저트와 마카롱 각 1개를 사서 옆 카페로 갔다.
가보니 인테리어만 좀 다를 뿐 똑같은 제품을 팔고 있어 ‘뭐야 괜히 사왔나’ 싶기도 했는데, 사실 괜히 그랬나- 하기에도 좀 뭣할정도로 가까운 거리긴 했다.
나는 에스프레소를, 언니와 동생은 아메리카노를 시켰는데, 아메리카노는 여느 카페가 그렇듯 그럭저럭 마실만한 맛이었다. 하지만 에스프레소는 아니었다. 마셔본 에스프레소 중 가장 맛이 없었다. 이탈리아 커피가 내 입맛을 높여놓은 것도 있지만, 어지간해서는 맛없다 소리 안 하는 나임에도 한입 마시자 마자 으엑 소리 나오게 만드는 맛이었다. 나는 꼬소한 맛이 나거나 살짝 탄맛이 나야 맛인데, 한 입 대자마자 강렬한 신맛이 몰려들어 달달한 디저트와 먹기에 적절한 맛은 아니었다.
모쪼록 산딸기 디저트는 정말정말 맛있었고, 마카롱은 다소 실망스런 맛이었다. 냉장고 맛이 난다고 해야하나. 개당 2.6유로에 육박하는 가격이었음에도 말이다. 이틀 뒤에 라뒤레 마카롱을 먹었는데, 라뒤레의 압승이었다. 심지어 가격도 라뒤레가 더 저럼했다. 들어보니 라뒤레에서 일하던 파티셰가 라뒤레를 나와서 차린 게 피에르 에르메라고 하는데, 그자가 라뒤레에서 가져온 것은 아무것도 없는 듯하다. 심지어 가격마저 더 비싸니까 말이다. 하지만 인테리어는 마음에 들었다.
그렇게 든든하게 당충전을 하고서 (맛은 실망스러웠지만 당충전에는 충분했다) 오르세 미술관으로 향했다.
// 2편에 계속 //
copyright 2018. 박요일 all rights reserved
'2018, 2019 유럽 > 유럽 여기저기 여행' 카테고리의 다른 글
[파리 4박 5일] 파리 17km 돌아다닌 하루 일정 (2) (0) | 2019.01.24 |
---|---|
로마에서 폼페이, 아말피, 소렌토! (feat. 유로자전거나라 남부환상투어) (0) | 2019.01.10 |
[로마의 요일] 바티칸 반일투어 후기 및 이후 일정 (0) | 2019.01.09 |
버스센터 이탈리아 Buscenter.it 후기 (feat. 생각보다 괜찮았다!) (0) | 2019.01.04 |
부다페스트 필름카메라 카페 : 아날로그 카페 (Analog Cafe) (0) | 2018.11.27 |
댓글
이 글 공유하기
다른 글
-
[파리 4박 5일] 파리 17km 돌아다닌 하루 일정 (2)
[파리 4박 5일] 파리 17km 돌아다닌 하루 일정 (2)
2019.01.24 -
로마에서 폼페이, 아말피, 소렌토! (feat. 유로자전거나라 남부환상투어)
로마에서 폼페이, 아말피, 소렌토! (feat. 유로자전거나라 남부환상투어)
2019.01.10 -
[로마의 요일] 바티칸 반일투어 후기 및 이후 일정
[로마의 요일] 바티칸 반일투어 후기 및 이후 일정
2019.01.09 -
버스센터 이탈리아 Buscenter.it 후기 (feat. 생각보다 괜찮았다!)
버스센터 이탈리아 Buscenter.it 후기 (feat. 생각보다 괜찮았다!)
2019.01.0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