페루자 유로초콜렛 페스티벌 2018 후기
Europe Inside
페루자 유로 초콜렛 페스티벌 2018 후기
2018/10/27-28
시월 마지막 주에는 페루자 유로초콜렛 페스티벌에 다녀왔습니다. 계획하고 간 여행은 아니고, 함께 수업을 듣는 D양이 옆에서 에어비앤비 예약을 하고있기에, '어디 가?' 했더니 '초콜릿 페스티벌!'이라고 답하기에 저도 참여하게 되었습니다. 참새도 방앗간을 그냥 안 지나가는 마당에 제가 어떻게 초콜릿 페스티벌을 그냥 지나치겠습니까.
플릭스 버스를 타고 근 6시간을 달려 페루자에 도착했습니다. 페루자는 피렌체와 로마 중앙에 있는 도시로, 도시의 역사나 이런 건 모르니까 대충 넘어가 봅니다.
아무쪼록 남한에서는 4시간 달리면 더 달릴데가 없어서 뱅뱅 돌아야 하는데 6시간이나 달려와도 아직 국토의 반절도 안 왔네요. 땅이 넓은게 참 좋습니다.
페루자는 우선 도시 꼭대기로 올라가서, 뱅글뱅글 내려오며 관광을 주로 한다고 합니다. 저희는 목적이 오직 초콜릿 페스티벌이었기 때문에, 관광은 차치하고 우선 축제 장소인 꼭대기로 올라가려고 미니메트로 티켓을 샀습니다. 티켓은 1.5유로입니다.
이 미니메트로가 엄청 특이한 교통수단인데요, 사람이 20명정도 탈 수 있는 모노레일이라고 생각하시면 됩니다. 기관사가 없이, 그냥 저 미니메트로가 선로를 곤돌라처럼 계속 뱅뱅 돕니다.
제가 최악의 상황에 대한 상상력이 아주 뛰어난 편인데, 이 미니메트로 아주 많은 위험 요소를 안고 있습니다. 만약 미친놈이 하나 타서 문이 닫히자 마자 칼부림을 시작하면 도망갈 데가 없습니다. 하다못해 비상탈출용 망치도 없더군요! 이를 미루어 볼 때 페루자에는 미친 놈이 별로 없는 것 같습니다.
아무쪼록 미니메트로를 타고 종점에 내려서 사람들이 많이 가는 쪽으로 발걸음 했더니 어렵지 않게 축제 장소에 도착했습니다.
이 초콜렛 포인트에서는 '초코카드'라는 걸 만들 수 있습니다. 6유로를 내면 안내 책자랑 초코카드가 들어있는 작은 가방을 줍니다. 초코카드는 두꺼운 종이로 된 그야말로 카드인데요, 이걸 들고다니면서 제휴된 초콜렛 회사에 가져가면 자그마한 먹거리들을 줍니다.
바로 이 가방이 그것입니다. 이 안에 약도랑 축제 정보, 초콜릿 회사 정보 등등 많은 내용이 적힌 책자가 있는데 안타깝게도 모두 이탈리아어로 되어있어 해독에는 실패했습니다. 한가지 분명한 사실은, 초코카드를 들고 제휴 회사에 가면 작은 초콜렛을 준다는 것! 어른들을 위한 코스튬 없는 할로윈!
냉초코를 받아들고 신난 모습의 저입니다. 검지와 중지 사이에 끼워놓은 것이 초코카드입니다. 결국 이 포스팅에 초코카드의 실물은 한번도 등장하지 못하겠군요. 어린구독자 여러분을 위한 양이 들어있는 작은 상자 그림이라고 생각하면 기분이 좋아지실 겁니다.
초콜렛 피자인 줄 알았는데 그런 건 아니고 그냥 그램 단위로 파는 초콜렛이었습니다.
여기서 짧은 여행 이탈리아어! 먼저 영어를 할 줄 아냐고 물어봅시다. 이탈리아어로 말을 걸면 이탈리아어로 줄창 대답해서 도통 알아들을 수 없기 때문입니다.
Parli Inglese? 빠를리 잉글레제? : 영어를 할 줄 아니? - 사실 이거는 주어가 You입니다. 이탈리아어에는 '당신'이라는 더 포멀한 표현이 있긴 한데, 저는 그 부분까지는 아직 공부를 못했기 때문에 그냥 빠를리 잉글레제로 퉁칩니다.
Quante questo? 꽌떼 꿰스또? : 이거 얼마임? - 한국어로 정직하게 [꽌 떼 꿰 스 또] 하고 읽으면 간지가 안나니까 이탈리아인이 됐다고 생각하고 읽어보십시오. 발음이 한 결 나아졌죠?
그리고 별별 초콜렛을 다 파는 곳도 있었습니다. 페퍼론치노 맛 초콜렛도 있었는데, 땡초맛 김을 봤을 때의 그 'Gross!'라고 외치고싶은 기분을 느낄 수 있었습니다. 초콜렛 가만히 냅둬도 맛있는데 뭔 땡초를 넣는지. 유럽인들이 사는게 좀 심심한가 봅니다.
영어를 할 줄 아는 상인을 만나 자스민 맛 초콜렛을 구매해보았습니다. 전해지는 후기에 따르면 자스민 향 향초와 초콜렛을 반반 녹여 굳힌 맛이라고 합니다.
사실 이때 페루자의 날씨 정말 미쳐돌아가는 중이었습니다. 이거 조금만 더 세게 불면 나무 뽑히겠는데 싶은 바람이 멈추지 않고 불고 그 와중에 비도 와서 그야말로 비바람이 몰아쳤습니다. 그러다가 갑자기 또 비바람이 멈추고. '양말이 축축'도 아니고 양말을 짜면 물이 나올 정도로 험악한 소나기였습니다. 해서 에어비앤비에 가서 양말과 신발을 말리려는 조금의 노력을 하다가, 잘 안돼서 그냥 술 한잔 하러 나왔습니다.
이곳도 역시 앉아서 술을 마실만한 술집이 많이 없어서 (그야말로 Bar만 있는 곳이 많음) 의자가 있는 평범한 술집을 찾다가 바르 스포르츠에 도착하였습니다.
이탈리아에 오시면 벨리니와 미모사를 꼭 마셔보세요! 약한 칵테일 같은 술인데, 달짝지근하니 맛있습니다.
페루자가 전반적으로 중세 이탈리아의 느낌이 나는 고풍스러운 외곽도시같은 느낌인데, 해비메탈이 나오고 해적 네온사인이 있는 술집에서 미모사 한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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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렇게 좌충우돌 축제 구경 첫째날이 지났습니다.
그리고 그 다음 날은 비가 더 많이 왔습니다.
저는 쉽게 우는 사람이 아닙니다만 쉽게 아쉬워하는 사람이기는 하지요.
열심히 초콜렛을 먹으며 돌아다니다가 그야말로 장대비가 소나기처럼 쏟아졌다 멈췄다를 반복하기에, 레스토랑으로 피신했습니다.
여행와서 비싼 음식을 먹을 생각은 안 했는데, 스페샬 초코 음식이 있다기에 시도해보러 들어왔습니다. 레스토랑의 이름은 Regina 였습니다. 조용하고 팬시하니 좋은 곳이었습니다.
이거는 토끼고기로 맛을 낸 초콜렛 파스타였습니다. 면을 만들 때 초코를 좀 첨가한 것 같습니다. 강렬한 초코의 맛이 느껴지는 건 아니고, 초코 풍미가 느껴지는 초코 파스타! 토끼고기를 단독으로 먹을 때는 정말 맛이 없었는데, 이렇게 짭잘하게 맛을 내니 맛있었습니다.
그리고 이거는 소고기 뭐시기에 초코를 뒤덮은 녀석입니다. 매일매일 먹고싶은 맛있음은 아니지만, 초콜렛 페스티벌에 와서 별식으로 먹기에는 정말 좋은 친구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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페루자에서 열리는 유로초콜렛 페스티벌! 남한에서 오직 이 축제를 위해 페루자에 오는 것은 별로 추천하지는 않습니다. 도시 자체가 크지 않아서 하루면 다 둘러볼 수 있어서, 페루자에 오실 계획이라면 로마에 들려서 며칠을 보낸 뒤, 주변의 소도시 곳곳을 여행하는 식으로 계획하시기를 추천합니다.
그나저나 초콜렛 또 먹고싶네요. 가는 길에 마트에 들려서 초콜렛 사가야겠습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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