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위스 4박 5일 여행 01 :: 취리히
스위스 4박 5일 여행 01
취리히
2018/10/17 WED
오후 한시 경에 취리히 공항에 도착했습니다. 베네치아 마르코폴로 공항은 2층밖에 안되는데, 취리히 공항은 꽤 큼지막 해서 '역시 수도인가?'했다가 '스위스의 수도는 베른이다'는 명제에 부딪혀 사고 흐름이 정지되었습니다.
어쨌거나... 원래 유럽 왔다갔다 할 때 이탈리아 유심칩이 어디서든 작동을 해서 인터넷 걱정은 안하고 갔습니다만, 어쩐지 스위스에서 만큼은 저의 유심칩이 작동을 하지 않았습니다! 함께 간 친구 Y의 유심칩도 같은 증상을 보였습니다. 스위스가 EU국가가 아니라서 그런가 하는 추측의 시간도 가져봤는데, 까닭을 안다고 달라지는 건 없을 거 같기도 하고 사실 까닭을 알 방도가 없어 그냥 다니기로 했습니다. 그리하야 취리히 공항에 내리자마자 인터넷 없는 여행이 시작되었습니다. 다행히 사전조사를 찔끔 해놓은 것도 있었고, Y가 스위스 여행 가이드북을 가지고 있어서 아주 절망적이지는 않았습니다.
저희가 인터넷도 없이 어렵사리 체득한 취리히 여행 경로는 다음과 같았습니다. 스위스 패스가 있어서 이동은 아주 자유로웠습니다.
취리히 공항 → 취리히 중앙역 → 린덴호프 광장 → (오랜 방황의 시간) → 프라이탁 플래그십 스토어 → 취리히 호수에서 저녁 먹었습니다 → 빈터투어 숙소로 이동
취리히 공항에서 환전을 하고, 공항역에서 중앙역까지 기차를 타고 왔습니다. 이곳 사람들은 기차를 무슨 지하철 타듯 타고다녀서 역시 철도 강국인가 하는 생각도 잠시간 했습니다. 사실 핸드폰이 없으니 무슨 기차를 어떻게 타야하는지 몰라 어리둥절하는 시간을 오래 가졌는데, 어쩌다보니 잘 도착했습니다. 그래서 기차 사진은 없고 백조 사진으로 떼운 것입니다.
저희 둘 다 캐리어 20인치짜리를 가지고 있어서, 코인락커에 짐을 맡겼습니다. 공항역에도 있고 중앙역에도 있어서, 저희는 중앙역에 넣어놨습니다. 중앙역 근처에 관광지가 밀집해있기 때문입니다. 20인치 캐리어 두 개 들어가는 칸 9프랑에 이용했습니다.
중앙역에 내리긴 내렸는데, 구글맵이 없어 또 다시 어리둥절. 아이폰 기본앱에 있는 나침반을 꺼내들었습니다. 그러다 제가 사방위 체계에 익숙하지 않다는 사실을 발견, 그냥 제 천재적인 방향감각을 활용하기로 결심했습니다. Y의 가이드북에 나와있는 지도를 보며 린덴호프로 가기로 결정했고, 저의 천재적 방향감각이 올바른 계단으로 저희를 인도하고 있는 모습입니다. '린덴호프에서는 취리히 시내를 한눈에 둘러볼 수 있다는 설명을 보니, 어디론가 올라가야겠구나!'하는 약간의 논리력을 가지고 있다면 여러분도 할 수 있습니다.
스위스에 있는 4박 5일 여행동안 날씨가 끝내주게 좋았습니다. 그렇기 때문에 유난히 신난 모습의 저를 보실 수 있습니다.
괜히 그럴듯한 데일리룩도 찍어보았습니다. 올라가서 시내를 둘러보며 <우와! 멋진걸!> 하는 것 빼고는 별로 할 일이 없기 때문입니다. 컨셉은 취리히 공대 대학생입니다.
린덴호프에서 <우와! 취리히 멋진 걸!> 타임을 오랫동안 가진 후에, 아래로 내려와 근사한 가게들을 구경했습니다. 근사한 가게를 구경했다고 말하며 후진 사진을 찍어왔습니다만, 그럴듯한 디자이너 편집숍들이 많았습니다. 사진의 키체인은 이탈리아인들의 필수품이라 찍어왔습니다. 몇개월 후면 열쇠를 반납해야하는 처지이면서도, 그럴듯한 열쇠고리를 보면 가지고 싶어집니다. 역시 저는 이탈리아인이라고 밖에는 설명이 안 되네요. 그러니 내게 이탈리아 시민권을 주씨오.
그럴듯한 가게가 아주 많았습니다. 그 증거로 악기 및 음반가게 MusicHug를 찍어왔습니다. 여기서는 음반도 팔고 재미난 악기도 많이 팔아서 꽤 오래 구경했습니다. Y가 피아노를 칠 줄 알아서 피아노 치는 시간도 가졌습니다. 제 선곡은 반짝반짝 작은 별이었습니다.
그리고는 아주 오래 방황하는 시간을 가졌습니다. 나름대로 그로스 뮌스터 성당 껍데기도 봤고, 또 뭐시기 시계탑 껍데기도 봤기 때문입니다. '그로스'가 독일어로는 '커다란'이라는 뜻인데 영어로는 '역겨운'이어서, 영어 억양으로 그로스 뮌스터를 호명하며 농담하는 시간도 가졌습니다.
그리고 Y의 여행 가이드북에서 소개해준 프라이탁 플래그십스토어에 가기로 결정했습니다. 어차피 할게 없었기 때문입니다. 저의 천재적인 방향감각과 교통수단이용 박사학위를 이용해 중앙역에서 트램으로 20분 거리에 있는 프라이탁에 당도했습니다. 저는 프라이탁이 재활용 제품이라 저렴할 줄 알았는데, 엄청 비싼 녀석이어서 놀라는 시간을 가졌습니다. Y는 프라이탁을 좋아하기 때문에 거진 팬미팅 시간을 보낸 것 같았습니다.
Y는 이 안에서 상당히 많은 제품 사진을 찍었는데 저는 그냥 제 사진만 찍었습니다.
이 컨테이너 건물 꼭대기에 올라가면 취리히 도심을 내려다볼 수 있습니다. 무료로 후진 망원경을 들여다보는 것도 가능합니다. 다만 컨테이너가 바람에 흔들려서 조금 무섭습니다.
그리고는 다시 중앙역으로 돌아왔습니다. 취리히에서 교환학기를 보내고 있는, Y의 친구 J를 만나야하기 때문입니다. 프라이탁 플래그십 스토어에서 무료와이파이의 은총을 받아, 정확한 시간과 장소를 정하는 00년대식 약속을 새로 잡았습니다. 7시에 취리히 호수 근처에 있는 COOP에서 만나!
쿱에서 만나 간단히 저녁먹을 거리를 산 후, J가 데려가준 소시지 맛집에서 소시지도 두 개 샀습니다. J가 취리히에 온 걸 환영한다며 이 엄청나게 맛있는 음식을 사주어서 감동하는 시간을 보냈습니다.
이거랑 마트에서 산 기타 등등을 취리히 호숫가에 앉아서 먹었는데, 사진이 너무 후미지게 나와서 촬영은 포기한 바 있습니다. 스위스는 단언컨대 직접 와서 눈으로 보셔야 합니다.
그리고 취리히에서 약 20분정도 거리에 있는 빈터투어로 왔습니다. 너무나 감사하게도 J양의 기숙사에서 하룻밤을 묵을 것이기 때문입니다! 해당 기숙사는 너무나 선진적이게도, 외부인이 1일 숙박시 인당 10프랑을 내면 간이 침대와 이불을 빌릴 수 있습니다. 이불과 침대를 하사받고 공동주방에서 리조또를 해먹었습니다.
제가 사랑하는 유럽의 아침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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취리히와 빈터투어에 대한 감상은, 역시 비싼 동네는 그 값을 한다는 것이었습니다. 유럽에서 나름 여러 도시를 돌아다녀봤지만, 캄캄한 한 밤중에 <안전한 느낌>이 드는 곳은 이곳이 처음이었습니다. 딱히 통계적 수치를 알고있는 것은 아닙니다만, 동물적 감각으로 느껴지는 위험과 안전에 대한 느낌이 있지 않습니까. 노숙자, 거지, 마약상이 살기에는 너무 비싼 동네라 그런지 거리도 깨끗하고 쾌적했으며 이상 증세를 보이는 사람도 전혀 없었습니다.
물론 하루만 있었기 때문에 속단할 수는 없겠습니다만, 저는 스위스에 살 예정입니다. 30년 내로요. 기다려라 스위스!
copyright 2018. 박요일 all rights reserv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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