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00130 02:11
조금은 이상한 일이지만
꿈에서 졸다가 깨서 깼다.
연수를 제외하고는 공식적인 첫출근 전날 새벽이다.
지구는 매우 빠른 속도로 자전하고 있지만 우리가 그 속도를 느끼지 못하는 것처럼, 그리고 가끔 그 사실이 꿈결처럼 새삼스레 다가올 때처럼,
시간이 무서울 정도로 빠르게 달리고 있다고, 새삼스레 생각했다.
책장이 너무 빠르게 넘어간다.
한문장 한문장 음미해가며 읽었다고 생각했는데
못내 아쉬워서 결국은 잠에서 깨버릴 정도로.
이러다간 책을 덮었을 때 어라 단편소설이었나, 하게될지도 모르겠다.
24시간은 너무 짧지 않나요, 저도 그렇게 생각해요- 같은 대화가 잠시 오고 갔었는데. 문제는 24시간이 아니라 1초가 너무 짧은게 아닐까 하는 생각도 뒤늦게 든다. 물질문명의 발달 속도를 따라가지 못하는 정신문명이 된 기분이다. 내 인생이 나보다 빨리가는 것 같아서 조금은 더 방황해도 됐으려나 하는 생각도 들고. 절반 이상의 하루오처럼 갠지스 강에서 유영할 수는 없겠지만... 말하자면 시베리아 횡단열차 정도의 방황은 괜찮지 않았을까.
이 좋은 시간들에 절대로 다시 돌아올 수 없다니 조금은 잔인한 처사,라는 입장이다. (맘껏 주어를 생략해버릴 수 있는 한국어를 어떻게 미워할 수 있을까..) 다만 마음껏 아쉬워할 시간을 준다면 좋을 것 같네요. 나는 아쉬운 마음조차 쓰기 싫어서 사람을 좋아하기가 싫더라고요.
나도 가끔 기도라는 것을 하는데, 딱히 대상은 특정된 바 없고 만약 인간계를 누군가 뚝딱 만들었다면 그 신쯤 되는 존재에게 보내는 VoC랄까... 알고나 계시라는 차원에서.
각 인간이 하나의 풍선이라면
어떤 풍선은 너무 약해서 바람을 불자마자 터져버리고
어떤 풍선은 끄떡없이 강해서 거의 무한정으로 커진다.
어떤 풍선은 그렇게 크지는 않지만 바늘로 찌르고 터지라고 제사를 지내도 터지지는 않는다.
나는 내가 얼만큼 커질 수 있는지 궁금하지만 한편으로는, 돌연 탱고 따위를 배우겠다고 사표 쓰고 남미로 훌쩍 떠나버리면 어떡하지. 혹은 잠을 자지 않는 법을 깨우치겠다며 돌연 출가해버릴지도... 모쪼록 너무 세게 누르거나 과하게 불지는 말자. 이러나 저러나 풍선은 터지니까. 어쨌거나 저쨌거나 내 풍선이 터지는 날 종이가루랑 사소한 선물 등과 반짝이는 가루가 운동장에 휘날렸으면 좋겠다. 그런 사람이 되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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