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계형 콘텐츠 제작자로서의 삶에 대하여 : 나도 유튜브나 해볼까 생각하는 모든 사람들에게
본론으로 들어가기에 앞서, '생계형 콘텐츠 제작자'라는 것은 '취미로 하는 건 아닌 제작자'로 정의했음을 밝힌다.
나같은 경우, 유튜브와 블로그를 운영하고 있고 이걸 썩 취미로써 즐기고 있진 않다. 언젠가는 발생할지도 모를 수익에 대한 기대감이, 콘텐츠 제작을 (나름대로) 쉬지 않는 이유 중 80퍼센트 이상이기 때문이다.
물론 내 콘텐츠를 좋아해주는 사람들에 대한 감사함이, 퍼센트로 나타내기는 어렵지만, 이 일을 그만두지 않게 많드는 추동력이다.
블로그만 해도 내가 쓰고싶은 글을 쓰지 않는다. 쉽게 읽힐만한 가볍고 재밌는 글을 쓰지. 블로그에 올리는 여행 후기나 각종 일상 후기들은 예상 독자가 검색으로 유입된 불특정 다수이기 때문에, 상위노출에서 밀리지 않으면서도 적당히 대중적인 키워드 위주로 글을 쓴다. 물론 티스토리 검색이 네이버에서 완전히 막힌 이상 상위노출이니 알고리즘이니 하는 건 남의 집 잔치 애기긴 하지만. 아무튼지간에 내가 원래 혼자서 쓰는 글은 지금 쓰고있는 이 글처럼 다소 냉소적인 경향이 강하다.
유튜브를 처음 시작했을 때는, 원래 피디가 되고자 영상을 배운 김에 전도유망한 플랫폼에서 한번 기술을 썩히지 말아보자 ... 같은 생각이 강했다. 요컨대 영상 배운 걸 써먹고 싶어서. 감사하게도 내가 생각했던 것 보다 채널이 빠르게 커서 솔직히 아직도 가끔 얼떨떨 하다. 감사한 마음.
그럼에도 취업을 하고 나자 어쩐지 정신이 해이해져서, 또 내가 전혀 생각하지 못했던 경험들을 하게 되면서 그동안 올리던 생각 공유 영상들을 업로드하기가 저어하게 됐다. 내 자의식이 내가 처음 만나는 사람들에게 이미 공개되어있는 경험이 바로 그것이다. 유튜브를 시작할 때는 나-이미 아는 사람들, 나-구독자의 관계만 생각했지 나-처음 만나는 사람들 (학교 사람들, 회사 사람들 등)의 관계는 전혀 고려해보지 않았다.
나같은 관종도 그냥 대충 존재감 없이 묻어가고 싶은 집단이 있게 마련인데, 그런게 어려운 구조. 또 가끔은 그냥 조용하고 차분한 사람처럼 보이고 싶기도 한데, 나의 자의식이 굉장히 많이 인터넷 세계에 업로드 되어있기 때문에 그러기가 쉽지 않다. 어느 집단에 가든 한 명 이상은 내가 유튜브를 한다는 걸 알게되기 때문에 (왜냐면 딱히 숨긴 적 없으니까) 그 텐션에 맞춰서 기대에 부응해야될 것 같은 느낌이랄까.
사실 이건 그렇게 괴롭지는 않다. 예측하지 못한 일이긴 하지만, 대응하지 못할 일도 아니다. 그냥 기대에 부응해주면 된다. 그게 가끔 피곤하긴 해도 주로 유쾌하다. 물론 이 대응 매뉴얼이 아직 완벽하게 구성되지는 않아서 영상을 새로 기획하는 데 좀 오래걸리고 있긴 하지만…
그런데 정말로 성가시는 건, 주변인들의 '나도 유튜브 그거나 한번 해볼까' 하는 그 가벼움이다. 이미 영상을 만들어보고 한두편 업로드를 해봤거나, 영상편집을 했던 사람이 하는 말이면 상관 없다. 근데 보통은 자기가 하는 일이 잘 안될 때, 내가 구독자가 100xN명이 됐을 때, 보람튜브가 건물을 샀다더라 하는 등의 기사가 떴을 때 그런 반응들을 보인다. 쉬워보이니까. 나는 유튜브를 하고싶다고 한 사람들에게 대체로 성심성의껏 조언 아닌 조언을 해주는 편이지만... 놀라울 정도로 그런 말을 한 그 누구도 유튜브를 제대로 시작한 사람은 없다.
영상편집과 더불어 유튜브 관리는 생각보다 품이 많이 들어간다. 개인적으로 브이로그 찍는 걸 싫어하는데, 왜냐면 품이 특히 많이 들어가서 그렇다. 조각조각 찍은 영상들을 대충 붙이고 자막 넣으면 끝일 것 같지만, 각 영상마다 사운드를 균일하게 맞춰야되고 지루하지 않게 전환효과 넣고 시기적절하게 비지엠 넣고 하다보면 5분짜리 영상 편집하는데 꾸물꾸물 해도 최소 이삼일은 걸린다. 자막 다는 게 은근히 시간이 오래 잡아먹는다는 사실은 해본사람만이 알 것이다. 물론 '대충'할 수는 있다. 그만큼 퀄리티를 다 포기하고, 시청자가 내 영상을 지루해하든 말든 상관없이 하고싶은 대로 한다면 말이다.
어찌어찌 잘 만들어진 영상을 하나 제작했으면, 이제 제목은 어떻게 할지, 설명란에는 뭐라고 써둘지, 썸네일은 어떻게 잘 뽑을지, 무슨 요일 몇시에 올릴지 등등 부가적인 내용들이 필요하다. 이건 누군가의 노하우에 대한 정보를 찾아볼 수도 있고, 또 동영상 10개정도 만들어보면 슬슬 감이 잡히기 시작한다. 아무튼 고민과 전략의 영역은 영상편집 하나에만 국한되지는 않는다.
또 단순히 동영상을 만든다는 걸 떠나서, 타겟 구독자 층을 설정하고 그들이 좋아할만한 콘텐츠를 찾아서 기획하고 재미나게 만든다는 건 상당히 복잡한 일이다. 특히 그냥 브이로그를 올리겠다-는 건 요즘 시대에는 특히 어려워졌다. 이제 '그냥 평범한 일상'같은 건 통하지 않는다. 하버드생 의대생 연예인 해외거주자 등등 특출한 컨텐츠가 있는 사람들이 유튜브로 쏟아져 들어오는 마당에, 시청자들이 별볼일 없는 일상을 뭐하러 굳이 찾아본단 말인가. 내가 굳이 굳이 '연대생' 이라든가 '네이버 인턴' 등의 키워드를 간판처럼 매달아두는 이유도 마찬가지다. 특이하지 않으면 팔리지 않는다. 유튜브가 경쟁시장은 아니라는 점에서 비교적 희망적이긴 하지만 어쨌거나.
한가지 분명한 사실: 테이블 위에 올려진 돈은 없다.
유튜브가 진짜 꿈만 같은 돈벼락의 영역이고 일단 시작만 하면 노력보다 더 큰 보상받을 수 있다면, 왜 아직도 유튜브 콘텐츠 제작자는 전체 유튜브 이용자 중 14퍼센트밖에 안될까? 왜 아직도 죽어라고 연습생을 해서 텔레비전에 나오는 연예인이 되고싶어할까? 엘도라도에 영상을 올리고 돈벼락과 유명세를 얻기만을 기다리면 되는데? 유튜브가 '쉽게 돈버는' 수단이라고 생각하는 사람들 조차도 유튜브를 쉽게 시작하지 않는다. 본인들이 테이블 위에 올려져있다고 생각하는 그 돈을 집는 것조차 귀찮기 때문이다. 내가 이래서 게으른 인간들을 싫어한다. 대다수가 입만 살아있다.
영상을 업로드하지 않은지 꽤 오래됐다. 중간중간 라이브스트리밍을 하기도 했었는데, 인턴과 관련된 얘기들이 조금 나와서 비공개로 돌려놨다. (대외비인지 아닌지 헷갈림) 브이로그를 편집하고 있는 중이긴 했는데, '이게 과연 재밌나...'하는 생각이 들어서 편집에 잠시 손을 떼고 있다. 재밌든 아니든 올려놓으면 되는 거긴 한데, 어쩐지 재밌어야만 할 것 같은 책임감같은게 들어서. 책임감이 들어서 영상을 안 올리는 중이다...는 건 어마어마한 모순이긴 하지만.
말이 길어졌는데, 요약하자면 이렇다. 유튜브는 생각보다 쉽지 않고, 쉬워보이면 당장 오늘부터 시작해보시라. 테이블 위에 올려진 돈을 잡아보시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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