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자본 창업일지 01 / 창업을 시작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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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자본 창업일지 01
소자본 창업을 시작하다
박요일의 책읽는 도서관장 박요일입니다. 지난 5월 4일, 팔자에도 없는 줄로만 생각했던 창업을 해보기로 마음먹었습니다. 소자본 창업일지에서는 난생 처음 창업 해보는 저의 경험담을 상세히 읊어보려고 합니다. 제 사업의 성패와 관계 없이 여러분에게 좋은 인사이트를 남기는 포스팅이 되길 바랍니다.
저는 그냥 맘대로 살래요
남들이 모두 경영이나 경제를 복수전공 하라고 조언해주었을 때도 <그건 내 영역이 아니다>며 저의 숭고한 문학 인생을 지켜나갔습니다. (어차피 학점도 안됐음) 뭐 대단히 믿는 구석이 있어서 그런 건 아니고 그냥 성질머리가 그랬습니다. 헉, 저 사람 왜저렇게 막 사나 했는데, 건물이 있대! 의 주인공이 저였으면 얼마나 좋을까요. 그런 멋진 일은 일어나지 않았고 저는 약간의 용돈과 알바비를 가졌으며 갚아나갈 학자금 대출을 산처럼 쌓아둔 평범한 대학생일 따름인 것입니다.
다만 제 마음 속에는 항상 <절대로 굶어 죽을 일은 일어나지 않는다>는 명제가 비석처럼 새겨져 있습니다. 여차하면 카페 매니저로 취직하게 된대도 별 불만이 없을 것 같달까요. 영상 할 줄 아니까 가끔 외주로 용돈벌이도 좀 하고, 문정과니까 도서관에서 일도 해보고. 그렇게 살면 살았지, 싫어하는 일을 <참고 사는> 선택지는 제게 있을 수 없는 것이었습니다.
일전에 일했던 회사에서 한 분이 이런 저를 진심으로 걱정하시며 먹고사는 게 얼마나 어려운지에 대해 이야기 해주신 적이 있습니다. 중국어를 배우겠다니, 요새 중국어 시장도 포화상태라 니 생각처럼 되는 일이 아니다. 남들은 시간이 차고 넘쳐서 경영경제 복수전공 하는 줄 아느냐. 취직이 그렇게 만만한 게 아니다. 이탈리아어 그거 하나도 쓸모없다. 올곧은 정신을 가지고 임해도 모자르다. 등등의 <현실적인> 조언을 해주시어 저도 차분하게 <현실적으로> 생각해본 결과, 다른 길을 찾아볼까? 했었던 일도 있었네요. 나는 <현실적인>이라는 말에 숨겨진 잔인함을 믿지 않으니 <현실적으로> 꿈 속을 헤매며 살고 있나 봅니다. 가나안은 개척하는 자의 땅입니다.
키라는 열 두살에 부자가 됐다는데...
<돈>이라는 걸 <굴려>보고 싶어서 <주식 공부>를 해보기로 했습니다. 이에 더하여 코스닥이니 나스닥이니 하는 것들을 아직까지 못 알아듣는다는 게 꽤나 자존심이 상하더군요. 키라는 열 두살에 부자가 됐다는데, 요일이는 스물 네살이니 키라보다 두배를 살았어도 부자가 못 됐습니다. 아하 이것은 참으로 문제다. 그리하여 돈 굴리는 쇠돈구리가 되어보고자 <주식>을 연구하기로 마음먹었습니다. 굴릴 돈이래봐야 이탈리아에서 쓰려고 모아둔 돈 이백 뿐이지만 괜찮습니다. 제겐 기백이 있으니까요. 오랜만에 새책 냄새도 맡을 겸 반디앤루니스로 직진했습니다.
더 재밌는 걸 발견하다
좀처럼 발들이지 않았던 경제 경영 코너에 들어가니 세상의 모든 마케팅과 디자인의 화신들이 거기에 모여있었구나 싶었습니다. 읽고 따라하기만 하면 부자가 될 것 같은 책들 사이에서 주식은 이미 뒤통수 너머로 사라지고 <지금 당장 부동산> 이라든가 <아무도 알려주지 않은 억만장자의 비밀> 같은 책들에 마음을 빼앗긴 것입니다. 그러다 유난히 제 마음을 사로잡는 책을 한 권 발견했는데, 프레이저 도허티가 쓴 이름하야 "나는 돈이 없어도 사업을 한다"가 그것이었습니다.
내가 생각한 창업은 정확히 이런 모습이었다.
공 없이도 농구를 할 수 있나?
돈이 없어도 사업을 한다니 이 무슨 터무니없는 소리랍니까. 총알이 없는데 어떻게 총을 쏜단 말입니까? 제 머릿속의 사업은 일단 사람을 둘셋 모으고, 돈을 한 천만원 정도를 어딘가에 사용한 뒤, 회의도 좀 하고 디자인도 어떻게 하고 어쩌구 하는 것이었습니다. 그만큼 사업이나 창업에 대해 관심없이 살아온 것이지요. 남자가 쓴 책은 내 돈 주고 사지 않는다는 신조를 가진 저는 서점 한구석에 자리를 잡고 책을 읽어나가기 시작했습니다. 참으로 많은 인사이트를 얻을 수 있었던 책이니 조만간 오늘의 북카트에서 자세히 소개하겠습니다. 간략히 말하자면, 이 책을 읽고 창업을 결심하게 됐고, 호캉스가 유행하니 입욕제를 팔아보자! 했습니다. 사람은 책을 만들고 책은 사람을 만드니, 이제 제가 책을 하나 쓸 차례인 것입니다.
문화비평의 신 Z의 신탁을 받다
어린 양이 이르되 내가 사업을 하려 하나이다, 입욕제를 팔기를 원하나이다. Z 이르시되 입욕제는 가성비가 떨어져서 어렵다. 이번 여름은 양산을 팔아보거라. 어린양이 이르되 내가 당신 뜻을 행하겠나이다. -제트복음 6장 9절 말씀입니다. (저의 일상 블로그 <오늘은 박요일>의 핵심 시리즈 '모범백수' 15편의 외전입니다. 모범백수 15편을 간략히 요약하자면 "나 Z만났다"입니다.)
그는 제게 너무나 좋은 사업 아이템을 제안하였고, 저는 무릎을 쳤습니다. 이것이 배운 자의 통찰이다! 앞서 소개드린 책에서 '네 계획을 타인에게 알려라'라는 취지의 챕터가 하나 있었는데, 그 챕터가 빛을 발한 순간이었습니다. 역시 이 세상은 모닥불처럼 서로가 서로를 기대어 지탱하는 것이 분명합니다.
로켓 사이언스는 아니지만 로켓 추진력
제가 한창 취직준비 할 때, 성격의 장단점 란에는 항상 '추진력'을 써먹곤 했습니다. 이력서에 텍스트로만 써있었던 바로 그 '추진력'이 저의 육신에 깃들어, 신탁을 받은 바로 다음 날 동대문 평화시장에 가서 상품을 사입해 왔습니다.
모아뒀던 이백만원 중 백만원을 사업 초기 자금으로 사용하기로 했는데, 생각보다 돈이 안들어서 놀랐습니다. 저는 백만원은 그냥 초과할 거라고 생각했는데, 사업 준비단계에선 사실 돈 쓸 일이 별로 없더군요. 영상편집 한다고 사둔 노트북은 이미 있고, DSLR도 있고. 웹사이트를 열기에는 시간이 부족하니 네이버 스토어팜을 이용하고, 타겟이 20대 여성인 만큼 인스타그램으로 마케팅 하고. 쇼핑몰 오픈을 6월 1일로 잡고있는데, 그 전까지 쓴 돈은 현재스코어 50만원이 넘지 않습니다. 이벤트할 때 쓸 제품과 모델섭외비, 포장재료비 정도가 남아있으니 백만원 내외로 준비가 끝날 것 같습니다. 처음 구매해주신 50분의 고객님께는 마진이 전혀 안 남더라도 좋은 사은품을 드리고 싶어서 이벤트 제품 구매비가 좀 클 것 같습니다. 모쪼록 6월 1일 전까지 달려라 달려 모드입니다.
나가며
오늘은 도서관장 박요일씨의 소자본 창업일지 그 첫편, 창업 시작 스토리에 대해 포스팅 해보았습니다. '나는 돈이 없어도 사업을 한다'의 저자의 어머니는 이런 말씀을 하셨다고 합니다.
" 성공이란 자신이 좋아하는 일을 발견하고 그 일로 아침을 시작하는 것이다. "
제가 창업을 좋아하는지는 아직 잘 모르겠습니다. 너무나 난데없이 처음 해보는 일이라 아직 우왕좌왕 하고있는 것 같기도 하고요. 그렇지만 제가 좋아하는 일을 하기 위한 발판으로서의 창업은 제게 의미가 큽니다. 큰 돈은 못 벌더라도, 내가 마음만 먹으면 못할 게 없다는 자신감과 그 증거를 얻었으니 벌써 많이 배웠습니다. 나는 가나안 땅을 찾아나서는 개척자가 된 기분입니다. 불안하지 않다고 말하면 당연히 뻥이지만, 나는 거인의 어깨에 앉아있는 사람처럼 더 많은 책을 읽고 더 넓게 보려고 계속 애쓰겠습니다.
다음 포스팅에서는 동대문 사입 후기로 찾아뵙겠습니다. Stay tuned for Jun first!
copyright 2018. 박요일 all rights reserv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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