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급쟁이 라이프 (2) 서비스 기획 5개월차 느낀점
월급쟁이 라이프 (2) 서비스 기획 5개월차 느낀점
월급..에 대한 시리즈물을 연재하려다, 그냥 회사다니면서 느낀 점을 써지는 대로 쓰는 시리즈로 우회하였다. 오늘은 초보 서비스 기획자가 깨달은 점에 대한 정리
수습기간을 제외하고, 진짜 '서비스 기획'일을 한 지는 4개월이 조금 넘어 5개월 차에 접어들었다.
부서배치를 받은 직후 그야말로 현업에 던져졌는데, 다시 5월달로 돌아가 나에게 딱 한마디만 해줄 수 있다면 '회피만큼은 옵션이 아니니 뭐가 됐든 직면해라'고 말해주고 싶다.
일을 시작하고 참 많은 핑계로 직면해야할 문제를 어물쩡 넘어가곤 했다.
●아직 시간이 좀 있으니까 다음에 해두면 되겠지. → 결국 까먹어서 못한다. 시간이 있을 때, 회피하지말고 일을 더 많이 해둬야한다.
●바빠보이시니까 다음에 여쭤봐야지. → 사수님은 언제나 바쁘시다. 물어봐야할 때 물어보자.
●이건 오래 걸리는 일이니까 일단 사소한 거 다 하고 해야지. → 사소한 일도 제대로 하자면 끝이 안난다. 오래걸리는 중요한 일 먼저 하는게 낫다.
●이 문제를 해결해줄 담당자가 누군지 파악한 뒤에 여쭤봐야지. → 어차피 신입이 담당자를 제대로 알리가 없다. 담당자가 누군지 먼저 여쭤보고 이 문제 해결해주실 수 있냐고 여쭤봐야한다.
등등등... 나열하자면 정말이지 끝도 없이 쓸 수 있을 거 같다. 위에 써두진 않았지만, 사실 내가 여러 문제들을 회피했던 이유는 '어렵고 부담스러워서'였다. 부서배치 직후, 신입이 맡기에는 조금 큰 건을 맡아서 프로젝트를 진행 중인데, (대외비일 수 있기 때문에 내가 정확히 어떤 일을 하고 있는지에 대해서는 기술할 수 없지만) 이 사실이 내 마음을 아주 무겁게 했다.
나는 이 일을 난생 처음 해보니까 당연히 이 일을 완벽하게 할 수 없다는 사실은 잘 알겠는데, 어쨌거나 이 서비스가 출시가 되고 수백만명이 이 서비스를 쓸텐데. 유저들에게 일일히 '이 서비스 아직 좀 엉성한 데가 있죠? 제가 신입이라서요 ^^'라고 할 수 없는 노릇 아닌가. 내 경력이나 실력과는 상관 없이, 나는 가능한 최대한의 노력을 기울여서 유저들에게 좋은 유저경험을 제공해야한다.
여기에 더하여, 같이 일하는 디자이너분들이나 개발자분들에게도 마찬가지의 감정이었다. 내가 완벽하게 커뮤니케이션을 할 수 없다는 사실은 나도 잘 알겠는데, (서버개발자, 안드로이드 개발자, iOS개발자, 웹개발자 모두와 커뮤니케이션을 해야한다) 어쨌거나 똑같이 현업에 있는 사람으로서 내가 커뮤니케이션을 똑바로 해줘야 이분들이 일하기가 편하다.
젠장! 잘하고 싶고, 어떻게 해야 잘 하는 건지도 알겠는데, 잘 안된다. 이게 아주 내 정신을 말렸다.
이럴수록 회피하지 말고 더 열심히 해야되는 것이라고 생각한다. 나도 머리로는 알고 있다. 근데 정말이지 가끔은 밥이 안넘어갈 정도로 스트레스를 받는 날이면, 조금만 있다가 하자... 라는 생각이 든다. 당장 메일을 쓰고 메신저를 보내야 한다는 사실을 알고는 있지만... 지행합일을 주장한 왕양명은 알고도 행하지 않았으니 진정으로 알았다고 할 수 없다고 나를 훈계할테니 양명학은 틀렸다.... 알아도 할 수 없는게 분명히 있더라니까요 내가 알아요
이제야 내가 하고있는 일이 무슨 일인지, 어떻게 업무를 처리해야되는 지 등등에 대해 슬슬 감이 잡히는데. 돌이켜보면 아직도 나의 골머리를 썩이고 있는 일들은, 내가 하고있는 일이 무엇인지 어떻게 업무를 처리해야되는지 아직 모를 시절에 회피했던 일들이다. 내 엉성함을 내가 직면해야하고, 내가 저질러놓은 실수를 내가 직면해야하니까 이게 너무 힘들어서 자꾸 이런 저런 핑계를 대며 회피했는데. 그럼에도 회피하는 것 보다는 직면하는 것이 미래의 나를 위해 육억배 낫다. 그게 맞다. 유난히 복잡하고 어려워서 '나중에 하자.....'라고 생각하고 미뤄뒀던 부분은 그 나중이 되어서 그 부분만 콕 찝어 박살이 나기 때문이다. 직면하면 반은 간다. 나중에 '열심히 하기는 했는데 잘 안됐어요 다시 한 번 해볼게요' 등의 셀프 디펜스가 가능해진다. 회피하면 내가 할 수 있는 말은 하기 싫어서 안했는데요 뿐이다. 윽.
사진은 연초에 회사에서 도쿄 출장 보내줬을 때.
모쪼록 이제서야 숨통이 좀 트이는데. 말하자면 물에 빠져 어푸어푸 대다가 이제는 생존수영 정도는 습득한 것 같은데. 서비스 기획자로서 내가 얼마나 더 발전할 수 있을지 궁금하다. 이 일을 언제쯤 잘하게 될지도 궁금하다. 달리 할 수 있는 일은 없고, 내가 열심히 하는 걸 내가 잘 알아주면 된다고, 스스로에게 많이 말해주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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