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피니언] 요사장의 빈티지 쇼핑 지론
요사장의 빈티지 쇼핑 지론
오사장 요피니언
#빈티지 #쇼핑 #지갑경찰
남이 입던 옷 입기 찝찝하다 vs 남이 입던 옷 입는 걸 좋아한다
부찍먹 논쟁을 이을 정도로 세간의 화제가 되는 논쟁은 아니긴 하지만, 빈티지 옷에 대한 신념은 해당 인간을 특정 카테고리로 분류하는데 큰 도움을 줍니다. 전자가 뉴욕 센트럴파크 브런치파라면, 후자는 런던 템즈강 라이브펍파입니다.
많은 분들이 이미 눈치 채셨듯이, 저는 남이 입던 옷을 좋아하는 런던 라이브펍파의 인간입니다. 지난 근 십여년의 가까운 세월을 빈티지 옷과 함께해왔다고 해도 과장이 아닙니다.
빈티지 옷을 고를 때마다 뭇 친구들이 던졌던 '남이 입던 옷 찝찝하지 않니'라는 질문이 떠오르기도 하는데, 이미 죽었을지도 모르는 사람 옷 입고 돌아다녀주면 그 사람한테도 좋은게 아닐까? 라는 생각이 듭니다. 이거 웬만한 캘리포니아 긍정휴먼보다 더 긍정휴먼이 아닌지. 어찌됐든 볼드모트도 아니고 옷에 영혼이 묻어있을리 없다고 생각하긴 합니다. 옷에 영혼이 묻어있다면 그 옷을 입고 세계 곳곳을 돌아다니는 저는 덕을 쌓고 있는 것이겠군요.
차설,
런던에는 괜찮은 빈티지마켓이 굉장히 많은 듯 보이지만 사실 옷을 각잡고 구매할만한 곳은 많이 없습니다. 저의 빈티지 쇼핑 지론을 나열함으로써 그 이유를 설명해볼까 합니다.
요사장의 빈티지 쇼핑 지론
스스로의 지갑경찰이 되어라!
▲비싼 건 사지 않는다. - 저는 상의든 하의든 3만 5천원이 넘으면 절대로 절대로 사지 않습니다. 3.5만원은 진짜 맥시멈이고, 사실상 1.5만원 이상의 빈티지 옷은 잘 사지 않습니다. 특히 요즘에는 70년대 패션이 다시 유행하면서 빈티지 샵에서 사나 패스트패션 브랜드에서 사나 디자인은 그게 그겁니다. 물론 빈티지는 빈티지만의 느낌이 있지만요.
▲싸다고 막 사지 않는다 - 가끔 빈티지 샵에서 폭탄세일을 할 때가 있습니다. 어차피 상인들은 옷을 kg단위로 사온 다음, 거기서 셀렉해서 파는 거기 때문에 7,80퍼센트 세일해도 남길 건 다 남깁니다. 아무튼 이런 경우에도 막 사서는 안됩니다. 괜히 쓰레기만 늘어납니다. 당신이 맥시멀리스트라면 싸다고 막 사도 되지만, 그게 아니라면 언제나 지갑경찰 마인드를 가지십시오.
▲'아 이거 애매한데' 라는 생각이 드는 순간 옷을 내려놓는다.- 특히 세일 중이라면 더 그렇습니다. 이건 예쁜 쓰레기도 아니고 애매한 쓰레기가 됩니다.
▲기성품에서 본 적 없던 걸 산다. - 저는 그래니룩, 찰랑셔츠, 남방을 많이 삽니다. 하의는 웬만하면 안 삽니다. 보통 피팅룸이 후미지기 때문입니다. 아무튼 제가 자주 사는 이 세가지 픽을 아래에서 사진과 함께 설명드리겠습니다.
요사장 픽 -1- 그래니룩
괴이한 패턴
별로 '괴이'하지는 않지만, 확실히 기성품에서는 이러나 저러나 잘 안나오는 느낌의 옷입니다. 자켓은 거의 안 입기 때문에 안 샀지만, 이 옷이 가디건이고 20파운드 내외라면 샀을 거 같습니다.
이 조끼는 9파운드 주고 샀습니다. 이쁘죠?
조끼가 있으면 남일에 관심많은 한반도에서도 매우 자유롭게 브라자를 안할 수 있습니다. 멋스러운 건 말할 것도 없고요. 해서 조끼를 사야겠다-고 일년 전쯤에 맘먹었었는데 이제야 운명의 짝을 만나게 되네요.
위 아래 까만옷 입고 이거 걸치면 '어 잠깐 저 사람 입은 옷 뭐지?'가 됩니다. 그래니룩의 매력은 평범한듯 그다지 평범하지는 않은 그거니까요.
여기 좌측에 있는 옷도 마음에 들었는데, 뭐 이쁘장 하네 정도여서 구매는 안 했습니다.
우측에 있는 옷이 제가 위에서 말한 찰랑셔츠인데요, 자연스레 2번 항목으로 넘어가보겠습니다.
요사장 픽 -2- 찰랑셔츠
이 집은 찰랑셔츠를 야무지게 모아놓았더군요. 다행히 마음에 드는 패턴이 없어서 구매한바는 없지만요.
무튼 이 찰랑셔츠가 왜 좋냐면, 보통 되게 싸게 파는데 비싼 옷 같아보이기 때문입니다. 패스트패션브랜드에서 나오는 찰랑셔츠는 구김 광택 모든 면에서 싼티가 나는데, 빈티지는 다릅니다. 왜 다른진 모르겠는데 암튼 다르더라고요. 캐리어에 꾸겨넣었다 빼도 금방 펴진다는 극강의 장점도 있습니다.
이실직고하자면 저는 따뜻한 패브릭 계열의 옷을 좋아하기 때문에 찰랑셔츠를 거의 안입습니다. 그치만 항상 눈여겨보고 있습니다.
요사장 픽 -3- 남방
빈티지 가게중에 이렇게 밑동을 잘라서 하이웨스트로 입을 수 있도록 리폼을 해놓는 가게가 있습니다. 한국에서는 명동 에이랜드 맨 위층에 있는 빈티지 층에서 한 번 봤습니다.
빈티지 남방은 보통 사이즈가 어마무시 크기 때문에 넣어입기도 빼 입기도 애매한 경우가 있는데, 이렇게 밑에가 예쁘게 썰려있으면 멋스러운데다 간편하게 입기 좋습니다. 팔이 또 길기 때문에 '저 남방 멋진데?'라는 생각을 안할 수가 없는 구조죠. 이런 남방 하나 있으면 환절기에 가디건처럼 입기에도 좋습니다.
다소 촌스러운 패턴 남방을 예시 사진으로 들고왔습니다만, 앞가슴팍주머니가 있고 잘 안구겨지는 셔츠를 찾으신다면 빈티지 마켓에 방문해보세요. 런던에서는 못 찾았지만 지구 어딘가에 분명히 있습니다. 제가 산 적 있거든요.
이상 요사장 픽 세가지를 구구절절 말씀드려봤습니다.
앞서 "런던에는 괜찮은 빈티지마켓이 굉장히 많은 듯 보이지만 사실 옷을 각잡고 구매할만한 곳은 많이 없다"고 말했는데, 왜냐하면 가격들이 미쳐돌아갑니다. 이거 예쁘네 하고 집어들면 이정돈 아닌데 소리가 절로 나오는 가격책정이 대부분.
소호거리, 코벤트가든 쪽에는 괜찮은 집이 별로 없습니다. 셀렉을 잘해놓은 집은 여럿 있는데 가격이 영 꽝이어서 별로 추천드리고싶지 않습니다. 저는 Beyond Retro Soho, Pop Boutique에 가보았고, 또 가다가 가게 보이면 들어가보곤 했는데요, 암튼 이쪽은 제 지론에 맞는 가게들이 없었습니다.
제가 추천드리는 곳은 브릭레인 거리에 있는 빈티지 마켓, Rokit입니다.
빈티지마켓.
여기는 구글에 뭐라고 쳐야지 나오는지는 모르겠는데, 아무튼 이렇게 생긴 입구로 들어가시면 됩니다. 브릭레인 거리 돌아댕기다보면 자연스레 들어가보고 싶게 생기기도 했습니다. 여기는 반지하에 넓은 매장인데요, 광장시장처럼 여러 빈티지마켓이 모여있는 구조입니다. 빈티지 선글라스 10파운드에 득템 가능한 곳!
워낙 다양한 가게가 모여있다보니 선택지도 넓고 가격대도 터무니없지는 않습니다. 저는 지갑경찰을 넘어 거의 지갑수사반장급이라 여기서도 아무것도 안 사긴 했는데, 구경하는 재미가 있는 곳이라 추천드립니다.
Rokit.
여기는 매장 사진은 없고, 위에 자랑한 그 조끼의 고향입니다. 런던 여기저기에 다 있는 거 같은데, 저는 브릭레인에 있는 곳이 괜찮았습니다.
브릭레인 빈티지마켓에서 본 악세사리 친구들. 역시 이런 건 남이 모아놓은 거 보는 재미는 있지만 사는 재미는 없습니다. 예쁘긴 한데 애매한 것 같은 쓰레기의 전형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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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은 런던에서 빈티지 마켓 도장깨기 하고다닌 요사장의 빈티지 지론을 알아보셨습니다.
여러분도 남의 영혼이 묻어있을지도 모르는 옷 입고 덕 많이 쌓으셨으면 좋겠습니다.
빈티지 옷을 입는다는 건 새 옷을 사는 대신 버려질 운명이었던 옷을 구조해오는 작업이기도 합니다.
여러모로 현생에서의 은덕을 쌓는 행위이지요.
여러분도 지갑수사반장 요사장의 지론과 함께 은덕쇼핑하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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