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피니언] 완벽한 빵가방을 찾아서
완벽한 빵가방을 찾아서
오사장 요피니언
#빵가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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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 유럽여행의 부제 중 하나는 '완벽한 빵가방을 찾아서'였다.
그렇다면
빵가방이란 무엇인가?
마트에 털레털레 매고 가서 장 본 것들을 가방 안에 추적추적 대충 담아도 좋고
노트북과 전공서적을 우겨넣고 '젠장 필통 안 가져왔군'하며 가방 옆구리에 꽂아놓은 비상용 모나미로 하루종일 필기를 해도 좋고
심지어는 안에 아무 것도 안 들었는데 그냥 멋으로 들어도 좋은 가방계의 치트키,
평범하게 생겨서 별로 눈길은 안 가지만, 한번 '잠깐- 저 가방 뭐야?' 하게되면 눈을 뗄 수 없는 가방계의 나만알고싶은 슈퍼스타,
그것이 바로 빵가방이다.
▲국방색도 예쁘긴 하지만, 진정한 빵가방이라면 브라운 계열이어야 한다.
사실 '빵가방'이라는 명칭은 내가 지어낸 이름이다.
하지만 당신도 느꼈을 것이다. 왠지 이런 류의 가방을 빵가방이라 불러야할 것만 같지 않은가? 호랑이 울음소리를 들으면 호랑이가 뭔지 배우지 않아도 '무섭다'라고 느끼듯이, 위의 사진과 같은 가방을 봤을때 '어어 저거 빵가방'이라는 생각이 불현듯 들 것이다. 실제로 구글에 '빵가방'이라고 쳤을때, 내가 빵가방이라고 부르는 그 가방들의 이미지를 어렵지 않게 찾아볼 수 있다. 상기 첨부된 사진도 구글링의 결과이다.
(-> 조금더 검색을 해본 결과, 이런 류의 가방 이름이 실제로도 '브래디백'이었다. 역시 인류 공통의 정서는 존재하는 것인가?)
차설,
뮌헨에서 엄청 많은 빵가방을 보고 구매욕구가 들기는 했으나, 내 마음에 쏙 드는 '바로 그 빵가방'을 찾기란 여간 쉬운일이 아니었다.
자고로 빵가방이란 다음의 기준을 충족시켜야하기 때문이다.
요사장의 빵가방 지론
▲4만원보다 비싸서는 안된다. -> 빵가방은 빈티지하게 막 들고 다니는 느낌을 풍겨야한다. 막들면 막 들수록 간지이기 때문에 굳이 비싸게 사서는 안된다. (ex. 내셔널 지오그래픽 빵가방 탈락)
▲연한 브라운 계열이되, 베이지여서는 안된다. -> 빵가방은 너드미(the beauty of nerds)를 지향한다. 그러나 베이지색 빵가방은 그냥 재미없는 너드다.
▲여닫기 쉬울 것. 그러나 지퍼가 아닐 것 -> 벨크로, 마그네틱만이 빵가방 메인 게이트에 부착되어야 한다. 열고닫기 어렵다? 빵가방의 털레털레 감성이 엉망진창이 되고만다. 메인 게이트가 지퍼로 되어있다? 그건 빵가방이 아니라 일개 노트북 가방일 뿐이다.
▲15인치 노트북 수납이 가능할것 -> 그냥 내 노트북이 15인치니까
▲수납공간은 많을수록 좋다. 특히 옆구리와 뒤쪽에도 주머니가 있어야 한다.
해당 빵가방 지론은 다분히 내 취향을 반영한 것이긴 하나, 빵가방을 새로 하나 장만하고싶은 당신에게도 도움이 될 것이다.
결론부터 말하자면, 약 2개월에 가까운 탐색과 고민 끝에 런던 쥬블리 마켓에서 완벽한 빵가방을 손에 넣고야 말았다. 그것도 단돈 25파운드에 말이다. 이 포스팅을 작성하고 있는 이 순간에도 든든하게 내 옆을 지켜주고 있는 나의 빠방이. 런던에서 데려왔으니 런빵이라고 해야겠다.
쥬블리마켓의 이곳 빵가방 장터에는 내가 염두에 두었던 모든 종류의 빵가방이 구비되어 있었다. 이쯤되면 가방가게가 아니라 베이커리가 아닌가. 나는 그저 내 지론에 가장 잘 들어맞는 가방만 고르면 되는 것이었다. 암튼 이 앞에서 한참을 이거들까 저거들까 했는데, 결국 내가 고른건 우리의 러블리 런빵이.
옆구리 주머니, 뒷주머니를 포함한 퍼펙트한 주머니 구성. 15인치 노트북도 문제없이 들어가고, 심지어 노트북용 밸크로가 내부에 구비되어있다! 빵가방 메인게이트는 마그네틱으로 되어있어 여닫이도 걱정 끝. 거기에 커피믹스색 천에 밀크초콜렛 색 가방끈이라니! 보면 볼수록 감동적이다.
빵가방의 거부할 수 없는 매력 중 하나는, 안에 뭘 넣느냐에 따라 매번 다른 느낌을 연출할 수 있다는 점이다. 노트북과 공책 몇 권을 넣어 플랫한 느낌으로 매면 영락없는 화석학번룩. 카메라와 수첩과 텀블러같은 걸 대충 때려넣으면 저사람혹시피디?-룩. 점심 즈음에 마트에 장보러가서 우유 오렌지 닭고기 등을 얼기설기 넣으면 꼼짝없는 백수룩.
런빵이를 메고 등하교 할 생각에 벌써부터 설렌다.
※여기서부터는 잘못된 빵가방 예시를 보여드리려고 한다.
얼치기 빵가방은 예쁘지도 않고 비싸기만 한데 실용성은 극도로 떨어지기 때문이다. 아래 나오는 얼치기 빵가방을 반면교사 삼아, 여러분도 완벽한 빵가방을 찾았으면 좋겠다.
1. 메인게이트가 없는 경우
위가 뚫려있는 이 가방은 빵가방이라기보단 일개 크로스백에 가깝다. 베이지가 가미된 국방색 천과 가죽 장식, 다양한 주머니구성 등은 높이 사나, 이것은 빵가방이 아니다.
2. 가죽으로 된 경우
애매한 가죽으로 된 빵가방. 가죽가방이 빵가방의 범주에 들어가기 위해서는 부들부들한 가죽이어야만 한다. 위의 사진과 같은 가죽의 가방을 샀다가는, 빵가방도 아니고 서류가방도 아니고 노트북가방도 아닌 정체불명의 돈 잘못 쓴 가방만 얻게된다.
이런 가죽으로 되어있을 때만 가죽가방과 빵가방이 공존할 수 있다.
3. 그냥 촌스러워서 안 됨
이 가방은 빵가방으로서의 많은 자질을 갖추고있긴 했으나, 그냥 촌스러워서 탈락이다.
4. 여닫기가 염병하게 어려운 경우
이건 어느 빈티지 마켓에서 만난 리바이스 출신 빵가방이다. 이녀석을 처음 봤을 때 약간 설레는 마음이 들었으나, 여닫이가 정말 죄송하게도 쓰레기여서 마음이 차게 식었다. 한번 열어봤는데, 도무지 닫히지가 않아서 그냥 열어놓고 왔다.
5. 지나치게 빈티지함
빵가방의 중요한 덕목 중 하나는 빈티지함인데, 이 두 녀석은 지나치게 빈티지하다. 이런 웨이투빈티지한 녀석들은 빈티지가 아닌 옷과 입기가 어렵다. 당신의 옷장에 빈티지 옷 말고는 없다하면 사도 좋다.
이상 요사장의 완벽한 빵가방을 찾아서 포스팅을 마친다.
여러분도 여러분에게 꼭 맞는 완벽한 빵가방을 찾으셨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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