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roject Bilingual 01 :: 바일링구얼이 되기로 결심하다
Project Bilingual 01
바일링구얼이 되기로 결심하다
옛날에 다니던 회사에 3개국어를 하는 남성분이 있었다.
중고등학교는 중국에서, 대학은 독일에서 졸업하신 분이었다. 본인의 소개에 따르자면 중국어는 원어민 수준이고, 독일어는 그럭저럭 잘 하는 편이라고 했다. 그럼에도 내가 '중국어/한국어 바일링구얼이신가요?'라고 물었을 땐 극구 아니라고 부정했다. 절대로 초등학생 이후에는 바일링구얼이 될 수 없다는 말을 덧붙이며, 원어민 수준으로 대화할 수 있긴 하지만 그 이상의 벽이 존재한다고 했다.
올해 초 내가 일기장에 써놓은 2018년의 목표는 <영어 끝내기>다.
얼마나 단호하고 모호한 다짐인가!
특별한 공부 계획은 없었고, 일단 가늘고 길게 가기 위해서 '영어를 가까이 하는 수준'의 공부법을 채택했다. 이를테면 백색소음으로 들리든 안들리든 영어를 틀어놓는다든지, 전화영어를 꾸준히 한다든지, 영어 유튜브 채널을 구독한다든지 등. 흥미를 잃지 않으면서 꾸준히 오래 할 수 있는 방법들을 통해, 하루에 적어도 5분 이상은 영어를 듣거나 중얼거리거나 했다.
그러다 '이거 가지고는 부족한데'를 느끼게 된 계기가 있는데, 바로 '베네치아에서 집구하기'라는 미션이었다. (아직도 수행중이다)
영어를 어느정도 구사할 줄 알긴 하지만 그 어감까지는 전혀 파악하지 못하는 나는, '이 사람이 말을 똑바로 못하는 것인지 내 영어가 짧아서 못 알아듣는 것인지'의 경계에서 혼란에 빠졌다. 요컨대 상황이 실제로 복잡한 건지 아니면 내가 영어를 잘 못 알아 들어서 복잡하게 느껴지는 것인지를 모르겠는 것이다. 이렇게 억울할 때가! 그까짓 영어가 뭐라고!
까짓거 올해 안으로 한국어/영어 바일링구얼이 될 것이다!
그런 사고회로를 걸쳐 어쩌면 충동적으로(!) 새로운 목표를 정한 것이다. 단호하지만 모호한 <영어 끝내기>가 아니라, 명확한 <바일링구얼되기>로.
당연히 쉽게 진행되지는 않을 것이다.
내가 구사하는 한국어는 장담컨대 상위 1%의 실력이라, 영어를 아무리 열심히 해도 '한국어를 잘 하는 것 만큼' 잘할 수 있을 것 같지는 않다. 말하자면 '할 말이 없어도 만들면 말이 되는' 수준으로 영어를 구사하려면 조금 오래걸릴 것 같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나는 내 뇌를 개조할 것이다. 반은 한국어, 반은 영어.
내가 이렇게 단호하고 어려워보이는 목표를 아주 자신감 넘치게 세울 수 있는 이유는, 공부하는 만큼 실력이 는다는 사실을 알기 때문이다.
요즘에는 자막 없이 영어 유튜브를 본다. 전문적인 주제, 발명이나 정치학 등을 다루는 게 아니라면 95퍼센트 이상 알아듣는다. TED강의도 물리학만 아니라면 완전히 알아들을 수 있다. 영어 리스닝을 꾸준히 한 지 약 3개월만의 성과다.
전에다니던 회사의 그 남자분은 <성인이 된 후에는 불가능하다>고 아주 확신에 차서 말했지만, 나는 그럴리 없다고 확신에 차서 말하겠다. 자신의 게으름을 '팔자가 그래' 혹은 '원래 그래'로 퉁치지 말자. 나는 '원래 그래'가 제일 싫다. 안티좌우명 같은 걸 만들어야 한다면 주저없이 '원래 그래'로 삼을 것이다.
주절주절 많이도 떠들었다.
앞으로 이 프로젝트에서 내가 하려고 하는 것은, 최소 일주일에 세 번은 현재의 영어 실력을 기록하는 것이다. 오늘 본 유튜브, 오늘 공부한 문장, 오늘 외울 스크립트 등을 일기쓰듯이 적으려고 한다. 포스팅 하나를 따로 꾸리기에는 애매한 사소한 공부법이라든지. 비밀댓글로 영어 문장도 몇 줄 끄적이고.
성인이 된 후에도 바일링구얼이 될 수 있는지 궁금하신 분은 이 포스팅을 꾸준히 읽으시면 될 것 같다. 나는 실패하지 않을 것이기 때문에 당연히 답은 '성인이 된 후에도 바일링구얼이 될 수 있다'가 될 것이다. 어차피 이길 히어로가 나오는 마블 영화를 왜 보는가? 히어로가 치고받고 이기려고 노력하는게 재밌기 때문이다.
어차피 이길 거면서 낑낑대는 게 재밌지 않은가.
copyright 2018. 박요일 all rights reserv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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