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일 인 서울 - 이탈리아 출국 전 날 / 그림 자랑
요일 인 서울 - 이탈리아 출국 전 날 / 그림 자랑
안녕하세요, 내일 출국하는 박요일 입니다. 내일 출국이라니요, 믿어지세요? 물론 이 글을 읽고있는 여러분에게는 터무니없는 남일이기에 별 관심 없으시겠지만, 당사자된 입장에서는 되게 떨리네요.
저는 지금 굉장히 지엽적인 부분들이 긴장됩니다. 비행기 무서운 것도 무서운 거고 (너무 다행히도 함께 비행기를 타는 친구가 있습니다! 너무나 안심이 되는 부분입니다), 저의 룸메이트를 만나야되는 부분이 굉장히 긴장되면서 손에 땀이 나는군요. 그는 Native Speaker 이고 저는 Bilingual Aspirant 아니겠습니까.
E양이 저보다 약 10시간 먼저 플랫에 도착해있을 예정인데요, 그곳에 도착하자마자 미국식 웃음을 만면에 머금고 악수를 청하며 'Hey! Nice to meet you!' 부터 시작해서 시작될 그 스몰토크 … . feel free to correct me if my sentences are unnatural … 같은 문장을 자주 구사하게 되겠지요 아마도. 신은 제게 배짱을 앗아가고 뻔뻔함을 주셨기에 막상 닥치면 잘 할 거면서도 뭐 그렇습니다.
짐을 98퍼센트 다 쌌습니다. 뒤에 작은 캐리어가 하나 더 숨어있지요.
위탁수하물 23키로 까지 된다던데 왜 제 위탁수하물은 13키로인 걸까요. 캐리어가 작은 건가 의심스럽지만 못 넣은 물건은 없기에 조심스레 무시해봅니다.
아직 못 싼 물건 2퍼센트의 처참한 현장입니다. 너네 어쩌려고 거기 있니?
DSLR을 넣어야할지 말아야할지도 고민됩니다. 영상은 주로 아이폰과 고프로로 찍을 거 같고, 스냅사진은 디카가 있긴 합니다만. 그래도 디에스엘알 가져가는 게 낫겠지요? 가져가고 싶은 마음은 굴뚝같은데, 위탁-기내-백팩 어디에 넣어야할지 고민이 되어서 30분째 고민중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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월요일은 저의 연희동 취미미술 학원(@ground_iwi) 마지막 날이었습니다.
이건 첫 날에 그렸던 그림입니다. 색연필을 예쁘게 쓰는 방법을 몰라 선생님이 엄청나게 많이 리터치 해주셨습니다. 그럼에도 마치 제가 전부 그린 것처럼 귀퉁이에 싸인도 해놓았군요.
수채화도 그렸습니다. 수채화가 생각보다 더 어렵더라구요. 색연필이나 볼펜, 크레파스 등은 나이 먹고도 몇 번 써봐서 재료 자체가 낯설진 않았는데, 수채화는 정말 초등학교 저학년 이후로 처음 써봤습니다. 색 번짐과 뭉침을 고려해서 그림을 그려야한다는 점이 -역시나 세상에 쉬운 것은 없다-는 깨달음을 주기도 했습니다.
제가 좋아하는 영국 시골스러운 풍경도 수성 색연필로 그려보았습니다. 구름 그리는 게 생각보다 더 어려웠습니다. 대충 뭉게뭉게하게 그리면 다 구름인 줄 알았는데, 좀 현장감있게 그리려면 많은 노하우와 연습이 필요하다는 걸 배웠습니다.
혼자 그림을 그렸다면 써볼 시도조차 안해봤을 재료인 목탄으로도 그림을 그려보았습니다. 목탄으로 그림을 그린뒤 샤워를 열심히 해주지 않으면 전혀 예상치 못한 곳에서 목탄의 흔적을 발견하게 되기도 합니다. 추억과 여운이 오래 남는 친구라고 할 수 있겠습니다.
마지막 날에는 제가 제일제일 좋아하는 펜화를 그렸습니다. 저는 세계사 배울 때 중세시대 삽화에 나오는 펜화 스타일을 정말로 좋아하고 또 제 그림 목표가 그 수준입니다.
아주 얇은 펜을 잡고 선을 슥삭슥삭 그리다보면 머릿속이 텅 비면서 오직 한 문장이 저의 머릿 속을 지배합니다. -이거 언제 끝나지… - 참으로 평화로운 순간입니다. 선비들이 정신 수양을 위해 먹을 아주 오래 갈았다고 하지요. 이런 맥락ㅇ게서 제가 그 선비들 보다 한 수준 위라고 할 수 있겠습니다. 그들은 정신수양을 하기위해 오직 먹을 가는 행위만을 했지만, 저는 정신수양과 그림그리기를 동시에 하며 세상을 널리 이롭게하지 않습니까.
무튼 8회차 수업동안 너무너무 재밌게 그림 그렸습니다. 베네치아 가서도 그림 계속 그리려고 오일파스텔도 사서 캐리어 한구석에 잘 포장해서 넣어놓았습니다. 저의 룸메 E양은 타투이스트로 활동할 정도로 그림을 잘 그리던데, 함께 그림그리러 나가자고 해보아야 겠습니다. Hey! Why don't you go outside and draw with me? 좋습니다. 영어 예습 끝났군요.
제가 펜화를 너무 재밌게 그린 데다가 선생님께 저의 펜화 포부를 말씀드려서인지, 선생님께서 좋은 펜과 엽서로 사용할 수 있는 스케치북을 하나 선물해주셨습니다. 감사합니다 (--)(__) 교환학생 갔다 와서도 계속 수업을 들을 것입니다.
서울 마지막날의 데일리룩입니다. 제가 좋아하는 골프모자가 우정출연 해주셨습니다. 사실 내일 이렇게 입고 공항 갈거에요. 코트가 캐리어에 안 들어가서 코트도 입고가야합니다. 이탈리아는 지금 쌀쌀하다고 하니 뭐 괜찮지 않을까 싶습니다.
베네치아라는 말도안되게 낭만적인 도시로 떠난다는 사실에 매몰되어, 거기 가서 <공부>를 해야한다는 사실을 잊어서는 안됩니다. 거기 가면 <개강>이 저를 기다리고 있습니다. 학교 수업 자체를 일년만에 처음 가는 건데, 그 첫 수업이 이탈리아에서의 수업이라뇨. 조금 부담스럽군요. 해서 중앙대 앞으로 산책나가 서브웨이를 먹으며 개강한지 얼마 안 된 대학생들의 표정을 구경하고 다녔습니다. 날씨도 좋고 그래서 그런지 다들 설레보이더라구요. 다들 웃고있었습니다.
좋은 날씨와 좋은 하늘입니다. 신이 제게 주는 선물입니다. 여러분도 제 덕에 좋은 날씨를 보내셨겠네요.
그리고 저의 위헤이트유브이는 올해 장사를 공식적으로 마쳤습니다. 함께해주신 여러분 모두모두 감사합니다♥ 내년에는 더 좋은 제품과 서비스로 찾아뵙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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떨린다 출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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