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세 글로벌 차이나 | 청두(成都 성도) 여행 넷째날 일기
청두 4일차 일기
7월 8일 월요일
BGM / To The Bone - Bombay Bicycle Club 아주 작은 볼륨으로
붕 뜬 기분의 여름.
이런 기분과 느낌을 붕 떴다고 생각하기 싫을 만큼 나는 이 기분이 좋다. 정해진 일정이 있고, 하루하루가 새롭고, 내일 마실 새로운 음료수의 맛이 궁금하고, 내일 하루가 그리고 15일의 내가 궁금한 그런 여름이다.
전등만 하나 켜진 숙소 침대에 누워서 일기를 쓰면서.
오늘은 아침부터 바빴다. 아침 7시 10분에 모여서 버스를 타고 한중창업지원센터에 갔다. 그곳에서 사람들이 어떤 일을 하는지 어떻게 일하는지 얘기를 듣고 궁금한 것들을 묻고 답했다. 그러고는 영사관에 가서 청두 소개를 듣고 사진을 찍고 같이 한식당에 가서 오랜만에 담백한 음식을 먹었다. (삼겹살 먹었고 엄청 맛있었음) 거기 있는 모두가 시간이 돈인 사람들이어서 그런지 빠릿빠릿하게 움직이며 이동해야했는데 난 또 그게 체질에 맞아서 신나게 돌아다녔다.
그렇게 오전 일정을 마치고는 콴자이샹즈 구경을 갔다. 콴자이샹즈는 작은 골목과 큰 골목이 있다는 뜻이라는데, 현지인은 안 가고 관광객들만 찾는 곳이라고 했다. 그리고 나는 그게 너무 좋았다. 청나라 거리를 재현한 거리라는데, 관광객인 나의 입맛에 꼭 맞았다. 회색 벽돌과 기와, 담장너머로 대충 삐져나온 꽃들과 나무들, 빨간색과 황금색 간판들. 어딜가나 판다가 그려진 기념품을 팔고 차와 종이, 탕유궈즈와 탄탄면이 있는 골목. 자기 가게를 홍보하려고 전통의상을 입고 호객행위를 하는 상인들. 그 미친듯한 활기가 너무 좋았다. 사람이 엄청나게 많아서 (모두 타지에서 온듯한 중국인 관광객이었다.) 엄청나게 더웠고 나의 온 몸으로 김장을 해도 될 만큼 알맞게 절여진 배추가 된 기분이었지만… 그래도 나는 그 활기가 좋더라. 괜시리 실크로드의 상인들을 혼자 상상해보면서.
여기는 엄청 비싼 죽엽청을 파는 엄청 고급스러운 찻집이었다. 죽엽청은 한팩에 거진 백만원 넘는 친구들이어서, '여기 카드 돼요?' 같은 말을 하면서 '아~ 돈은 있는데 카드가 안돼서 못 사네 ㅎㅎ'라는 식으로 구경했다. 안쪽으로 이런 작은 정원도 있었는데, 여기 앉아서 무료로 제공되는 맛보기용 자스민차도 마셨다. ㅋㅋㅋ
귀여운 나
나는 한자가 들어간 디자인이 참 좋다. 망중한이 아니라 한중망 같은 느낌 (이거 어감이 위험한데?) 그러니까 한가한 중에 바쁘다는 뜻이고요, 미니멀한 디자인에 그렇지 못한 한자 획수가 너무 좋다.
너무 더워서 수박주스 사마셨는데 최악의 맛이었다. 신맛 나는 수박주스...
사람이 정말 많았다.
어 이거 사진 뒤집어졌다..
여기는 백종원이 (!) 추천한 탄탄면 맛집이다. 나는 리스크테이커인 나는 우육면을 시켰는데 탄탄면 시킬 걸 그랬다. 우육면은 정말 최악이었지만 탄탄면은 진짜로 너무 맛있었다.
콴자이샹즈에서 지하철을 타고, 마파두부의 고향 천마포토푸 가서 마파두부도 먹었다. 정말 맛있었고, 정말 더웠고, 정말 맛있었다. 인생에서 마파두부를 먹을 일이라곤 급식 시절 뿐이었는데, 그때의 기억이 썩 좋지 않아서 나는 마파두부를 맛없는 음식이라고 기억하고 있었다. 천마포우토푸를 먹고 나서의 감상은… 내가 먹은 것은 이데아의 그림자조차도 아니었고, 파렴치하게도 마파두부라는 이름을 빌린 전혀 다른 음식이었음이 드러났다.
그리고 안순랑교 가는 길. 공유 자전거가 정말 많았다.
이건 어때?
지도 선생님 없이 우리끼리만 다니는 첫 방문지였다. 버스를 타고 갔다가 버스를 타고 돌아왔는데, 덕분에 머릿속에 청두 지도가 꽤 많이 로딩됐다. 내가 중국어만 조금 더 잘했어도 혼자 좀 돌아다니면서 지도를 100퍼센트 그릴 수 있을 것 같은데 그 점은 좀 아쉽다.
아무튼 안순랑교는 듣던데로 명관이었고, 해질녘을 기다릴만한 낭만적인 장소를 찾다가 결국 어영부영 해가 졌다. 도대체가 정체를 알 수 없는 건물의 화장실을 이용해보기도 했다. 들어가자마자 덩치 큰 개가 웃으면서 반겨주던, 어딘지 센과치히로의 행방불명에 나올 것만 같은 그 건물… 친구와 강가에서 간만에 뿌연 시간을 보낸 것도 좋았다.
어디가 물이고 어디가 진짜일까요? 이데아의 그림자가 이데아와 똑같은 경우랄까요
여기서도 내가 정말 좋아하는 언밸런스.
안순랑교 근처는 다 유흥가다.
돌아오는 길에는 10위안어치 포도와 17위안어치 망고를 샀다. 한국에서는 모든 과일이 비싼데, 망고는 그 중에서도 특히 비싼 과일이다보니 17위안에 망고 7개를 사먹은 경험은 참으로 귀중하다. 아무튼 사온 과일을 로비에서 얌얌 먹는데 조교 선생님이 어쩐지 우연히 합류해서 같이 재미난 시간을 보냈다. 내일 또 부지런히 돌아다니면서 이것저것 찍고 새로운 거 배우고 맛있는 거 사먹어야지.
'취미 > 퍼블릭 일기장' 카테고리의 다른 글
연세 글로벌 차이나 | 청두(成都 성도) 여행 여섯째날 일기 (0) | 2019.09.23 |
---|---|
연세 글로벌 차이나 | 청두(成都 성도) 여행 다섯째날 일기 (0) | 2019.08.31 |
연세 글로벌 차이나 | 청두(成都 성도) 여행 셋째날 일기 (0) | 2019.08.29 |
연세 글로벌 차이나 | 청두(成都 성도) 여행 둘째날 일기 (0) | 2019.08.29 |
연세 글로벌 차이나 | 청두(成都 성도) 여행 첫째날 일기 (0) | 2019.07.17 |
댓글
이 글 공유하기
다른 글
-
연세 글로벌 차이나 | 청두(成都 성도) 여행 여섯째날 일기
연세 글로벌 차이나 | 청두(成都 성도) 여행 여섯째날 일기
2019.09.23 -
연세 글로벌 차이나 | 청두(成都 성도) 여행 다섯째날 일기
연세 글로벌 차이나 | 청두(成都 성도) 여행 다섯째날 일기
2019.08.31 -
연세 글로벌 차이나 | 청두(成都 성도) 여행 셋째날 일기
연세 글로벌 차이나 | 청두(成都 성도) 여행 셋째날 일기
2019.08.29 -
연세 글로벌 차이나 | 청두(成都 성도) 여행 둘째날 일기
연세 글로벌 차이나 | 청두(成都 성도) 여행 둘째날 일기
2019.08.29